인간과 인공지능(AI)의 마지막 대결은 결국 AI의 승리로 끝났다. 그러나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인간의 집념은 승리 이상의 아름다운 감동으로 남았다.
이세돌 9단은 15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AI 프로그램 ‘알파고’와의 제5국에서 280수까지 가는 접전 끝에 불계패했다. 경기 시작 5시간 만이다. 1집 반 정도의 아쉬운 패배였다. 이날 대국은 중반 이후 사실상 반전을 기대하기 어려울 만큼 이 9단의 패색이 짙었다. 그러나 이 9단은 마지막까지 돌을 거두지 않고 인공지능에 도전, 지켜보는 이들을 뭉클하게 했다.
흑을 잡은 이 9단은 대국 초반 알파고의 실수를 틈타 40여 집의 큰 집을 만들며 유리하게 출발했다. 그러나 상변에서 지나치게 움츠러들면서 알파고에 추격을 허용, 형세가 불투명해졌고, 이후 이세돌답지 않은 실수를 저지르며 알파고에 거대한 백 모양을 허용했다. 이 9단은 이어 알파고의 집으로 뛰어들었으나 이마저도 아무런 소득을 올리지 못했다.
이후 이 9단은 1분 초읽기에 몰렸다. 알파고가 끝내기 수순에 들어갔음에도 이 9단은 계속 착점을 찾았다. 현장 해설을 맡은 김성룡 9단은 “상대가 인간이었다면 둘 다 초읽기 상황이기 때문에 이길 가능성이 있겠지만 인공지능이기 때문에 이길 수 없다”며 “이 9단도 본능적으로 이미 졌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대국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9단이 이미 승부가 난 상황에도 계산 오차가 0%에 가까운 알파고를 상대로 싸움을 포기하지 않은 것은 끝까지 아름다운 바둑을 두겠다는 스스로의 약속을 실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인간 최고수와 AI간 ‘세기의 대국’ 최종 전적은 1승 4패로 마무리가 됐다. 일각에선 벌써부터 이 9단과 알파고의 재대결을 기대하고 있다. 이서희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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