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리틀 이탈리아’를 찾는다면 브롱스로

이전기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저장이 취소 되었습니다.

진짜 ‘리틀 이탈리아’를 찾는다면 브롱스로

입력
2016.03.15 20:00
0 0
뉴욕 브롱스의 리틀 이탈리아에 있는 이탈리아 전통 샌드위치 가게 '마이크 델리(Mike's Del)'. 김신정씨 제공

뉴욕 맨해튼의 리틀 이탈리아(Little Italy)는 바로 옆 차이나 타운의 점진적 확장에 기세가 눌린 지 오래다. 그나마 남아 있는 식당들도 지나친 호객행위와 맛에 걸맞지 않은 비싼 가격으로, 관광객에겐 바가지 쓰기 쉬운 함정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맨해튼에서 30~40분 정도 지하철을 타면 쉽게 갈 수 있는 브롱스(Bronx)의 리틀 이탈리아는 아직도 이탈리아 마을 일부분을 옮겨놓은 듯한 느낌 물씬하다. 미국에 자리잡은 이탈리아인들이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부터 이어받아온 식문화와 전통이 잘 어우러져 있을 뿐 아니라 그들의 활기찬 일상생활을 엿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브롱스의 리틀 이탈리아는 아서 애비뉴(Arthur Avenue)를 중심으로 레스토랑, 샌드위치 가게, 빵집, 카페, 슈퍼마켓, 이태리의 특산물을 파는 상점 등이 사이사이 골목에 늘어서 있다. 미국 인기 드라마 ‘소프라노’, 레이디 가가의 뮤직 비디오 등이 촬영된 곳으로, 뉴요커들에게는 ‘진짜 리틀 이탈리아’로 알려져 있다. 이곳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거의 모든 이들은 자신들의 할아버지, 할머니가 1920~40년대 미국에 처음 이민 와 이곳에 자리를 잡은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마이크 델리’(Mike’s Deli)라는 이탈리아 샌드위치 가게에 들어갔다. 갖가지 이탈리아 전통 소시지와 치즈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왠지 매일 이곳에서 점심을 사갔을 것 같은 동네 청년이 유쾌한 어조로 ‘본조르노’(buongiorno·안녕하세요)를 외치며 들어온다. ‘오늘 점심으로는…”으로 말을 시작한 그는 평소 들어본 적 없는 햄과 소시지 이름을 정확하게 나열하며 샌드위치를 주문한다. 델리 카운터 너머에 있는 중년의 주인 아저씨는 더 큰 목소리로 ‘본조르노!’라고 반기며 이 특제 샌드위치를 능숙하게 만들어 준다.

‘알투소 페이스트리’(Artuso Pastry)로 자리를 옮긴다. 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빈센트 알투소씨가 어린 시절 접시닦이로 시작해 페이스트리 셰프의 자리까지 올랐던 페이스트리 숍이다. 1946년에 시작된 이곳은 투박하지만 왠지 손이 자꾸 가는 수십 가지의 이태리식 쿠키가 일품이다. 커피와 찰떡궁합인 비스코티(비스킷)도 상시 대기 중이다.

아서 애비뉴를 걸으며 창문 너머로 보이는 레스토랑 안을 들여다 보고 있노라니 눈으로 먹은 파스타와 피자가 벌써 몇 접시인가. 세월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커피가게에선 자루들마다 그득한 커피 콩도 한 봉지도 사가야 할 것 같고, 생선가게 안으로 보이는, 싱싱하다 못해 빛이 나는 생선은 몇 마리 사다 구워 먹지 않으면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다. 사실 큰길을 따라 성큼성큼 직진하면 10분이면 다 걸을 짧은 거리다. 하지만 음식에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뭘 먹어야 할지 이 집 저 집 둘러보며 즐거운 고민을 하다가 한 시간이 금방 지나가는 신기한 일을 경험하게 되는 곳이 바로 여기, 리틀 이탈리아다.

리틀 이탈리아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는 미국 최대 규모의 도심 야생동물 보호구역 브롱스 동물원(Bronx Zoo)부터 시작해 포담대(Fordham University) 캠퍼스, 1891년 문을 연 뉴욕식물원(New York Botanical Garden) 등을 걷다 보면 이 지역이 뉴욕 도심지와는 달리 넓은 공간과 여유를 허락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동물원과 식물원이 각각 250에이커나 돼 하루에 다 돌아볼 수는 없지만, 리틀 이탈리아의 맛난 음식과 함께라면 여유롭고 알차게 하루를 보낼 수 있는 코스다.

리틀 이탈리아를 둘러보며 가장 와 닿았던 점은 가는 곳마다 이탈리안 교포 가족들이 일궈놓은 전통에 대한 자부심, 먹거리에 대한 자신감이 넘쳐났다는 것이다. 타인을 대하는 사람들의 소박함과 친밀함도 빼놓을 수 없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의 교포들이 형성한 커뮤니티는 어떤 인상을 주고 있을까. 미국 각지의 코리아타운에서 보여지는 한인 교포들의 삶에서도 전통에 대한 긍지, 또는 먹거리에 대한 자신감이 비춰지고 있을까.

김신정 반찬스토리 대표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저장이 취소 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라이브 이슈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