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의 관전포인트 중 하나는 야권연대의 실현 여부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의 통합 제의 이후 불붙기 시작한 야권 연대에 대해 국민의당 내부는 안철수 상임대표의 불가론과 김한길ㆍ천정배 의원의 불가피론으로 맞서 있다. 야권 내부는 물론 재야인사들도 접전지역 연대 불가피론에 기울어 있다. 야권의 각개 약진은 선거 필패로 새누리당의 일당 지배를 공고히 해줄 수 있다는 논리다. 180석 획득을 목표로 삼는 여당의 자신감만큼이나 야권의 불안감도 큰 것 같다.
▦ 확률적으로 본다면 야당 성향 유권자의 지지표가 찢어질 경우 새누리당이 유리해진다는 것은 타당한 논리다. 그러나 다른 의미에서는 기계적 예측일 따름이다. ‘찢어질 때는 언제고, 아쉬울 때는 붙느냐’는 정치공학적 계산에 대한 유권자의 부정적인 시선과 새누리당의 선거프레임, 여당 성향 유권자의 결속을 감안하면 아무리 접전지역이라도 선거연대가 딱히 필연적 승리를 담보하진 못한다. 비근한 예가 2014년 서울 동작을 재보궐 선거다. 노회찬ㆍ기동민 후보의 야권 단일화에도 나경원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됐다. 전체 선거구도에 미친 악영향까지 감안하면 선거연대의 실익은 더욱 줄어들 수 있다.
▦ 선거는 결과 예측이 어렵다. 지난 17대 총선에서 개혁정당을 표방하며 기성정당에서 뛰쳐나온 열린우리당이 3배나 의석을 불리리라고는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으로 바닥을 기던 한나라당이 개헌 저지선을 지키게 해달라는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눈물 호소로 기사회생했다. 중요한 것은 확률이나 예측을 뛰어넘을 수 있는 대응 능력이다. 전선(戰船) 12척으로 적 함대 133척에 맞선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은 확률적으로는 일어날 수 없다.
▦ 양당 체제의 폐해를 극복하겠다는 국민의당이 선거연대 논란으로 와해 위기에 놓였다. 안 대표는 고립되고, 김한길 의원 등은 자칫하면 탈당할 기세다. 이런 지경이면 논란이 정리된다 해도 총선에서 바람을 일으킬 동력을 얻기 어렵다. 다당제 수립에 대한 확고한 의지 없이 결합한 졸속 정당의 한계다. 바둑기사 이세돌은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마지막 승부에서 48%의 불리한 승률이라는 것을 알고도 일부러 흑을 잡았다. 전세의 불리함보다 가능성에 대한 도전과 승리 의지가 더 중요하다.
/정진황 논설위원 jhch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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