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태전지구 H아파트 시행사
3.3㎡ 당 400만원 차이… 법적 다툼
시행사 “매입과정 다 기억 못 해”
15일 경기 광주시 태전동 H아파트 건설현장. 시공이 한창인 이 곳을 방모(57)씨가 한숨을 쉬면서 바라보고 있었다. 방씨는 이 곳에 5필지의 토지를 갖고 있었는데 주변 땅값에 한참 못 미치는 3.3㎡당 100만~320만원에 수용 당했기 때문이다.
이 아파트 시행사가 매수한 주변 토지는 3.3㎡당 평균 400만원 대며 최고 800만원 대인 곳도 있다.
방씨와 시행사 간의 다툼은 2014년 시작됐다. 당시 방씨의 땅과 직선거리로 200여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이모씨의 땅이 3.3㎡당 800만원 대에 거래됐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부터다. 이씨는 당시 광주시의회 의원이었다. 방씨는 시행사에 찾아가 “송전탑 근처에 있는 이 의원 땅보다 위치로 볼 때 내 땅이 더 좋지만 3.3㎡당 550만원만 쳐주면 팔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이게 기나긴 법정 다툼의 시작이 될지 방씨는 몰랐다. 회사는 주택법 상 협의매수로 80% 이상 토지를 확보해 개발이 가능해진 2015년 아파트 조성 공사에 착수하면서 나머지 땅을 감정평가 기준으로 공탁을 하고 수용에 나섰다. 방씨의 땅에 대한 공탁금액은 3.3㎡당 105만~320만 원이었다. 심지어 방씨가 관리하던 인척 최모씨의 땅도 3.3㎡당 평균 360만원, 지인인 안모씨의 땅도 320만 원에 불과했다. 회사는 앞서 2014년 매도청구소송을 제기해 현재까지 항소심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인척 최씨는 가동 중인 공장을 폐쇄하면 협의매수에 나서겠다는 제안을 받고 공장주를 내보냈지만, 시행사는 2년 넘게 협의에 나서지 않아 매달 들어오는 350만 원의 임대료, 총 1억원 가까이를 손해 봐야 했다. 시행사는 더구나 지난해 8월 법원의 가집행 결정도 없이 공장을 강제 철거해 벌금형을 받기도 했다.
방씨는 “시의원 땅만큼 값을 쳐달라고 한 게 괘씸죄의 빌미가 된 것 같다”면서 “협의 매수가 불발된 뒤 매겨진 회사측 감정평가사의 평가금액이 터무니 없이 낮아 현재 평가금액 조정 소송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실제 2014년 시의원 이씨 땅(태전동 107-1)의 공시지가는 3.3㎡당 218만원이었지만 800만원에 협의매수 된 반면 방씨의 땅(태전동 29-1)은 공시지가가 평당 174만원인데 비해 회사가 수용한 금액(공탁금액)은 281만원이었다.
방씨는 “소송을 위해 주변 토지의 매매가를 조사하던 3,100평 8필지가 3.3㎡당 800만원 대의 고가에 거래됐다”면서 “의혹이 있어 회사에 해명을 요청했지만 아무런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행사인 ‘청담’ 관계자는 “토지 매입과정을 일일이 기억할 수 없다”고 밝혔고 당시 시의원 이씨는 “친지의 땅을 그전에 워낙 싸게 팔아 일부 땅은 보상 성격이었다”고 말했다.
H아파트는 3,146세대 규모로 2015년 착공해 내년 9월 입주예정이다.
이범구기자 eb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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