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C챔피언스리그 산둥 루넝과 3차전
최용수 감독 “승리보다 무실점이 중요”
중국 축구를 벌벌 떨게 만들었던 공한증(恐韓症)의 위력은 많이 약해졌다. 클럽 축구에서는 오히려 역전 현상이 도드라진다. 중국 클럽들은 거액을 쏟아 부어 유럽과 남미의 슈퍼스타 감독, 선수를 사들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올 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가 2라운드까지 진행됐는데 K리그 클래식(1부) 팀은 중국 클럽을 한 번도 못 이겼다. 전북 현대와 수원 삼성이 장쑤 쑤닝, 상하이 SIPG에 각각 2-3, 1-2로 패했다. 포항 스틸러스만 광저우 에버그란데와 득점 없이 비겼다. FC서울이 마지막 자존심 지키기에 나선다. 서울은 16일 오후 4시30분 중국 지난(?南)올림픽 스포츠센터에서 산둥 루넝과 F조 3차전을 치른다.
칼을 숨긴 최용수
최용수(45) 서울 감독은 경기 전날인 15일 공식 기자회견에서 “양 팀 다 승리를 원하지만 전략적인 접근도 필요하다. 우리는 득점, 승리보다 무실점이 더 중요하다”고 경계했다. 최 감독은 결전을 앞두고 상대를 절대 도발하지 않는다. 이날도 자세를 낮췄다. 그러면서도 “서울은 (중국을 이기지 못한) K리그의 다른 팀과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며 자신감도 드러냈다. “뭐가 다르냐”는 중국 기자의 질문에 최 감독은 “한국과 중국 팀 모두 좋은 기량을 가졌지만 정신력, 기술, 체력 등에서 그래도 우리가 조금 낫다”고 상대 자존심을 긁었다.
한중 축구의 자존심뿐 아니라 조별리그 통과를 위해서도 양보할 수 없는 한 판이다.
두 팀은 이번 대회에서 나란히 2연승이다. 서울은 태국 부리람 유나이티드(원정)와 일본 히로시마 산프렌체(홈)를 각각 6-0, 4-1로 제압했다. 산둥 루넝은 히로시마(원정)와 부리람(홈)을 2-1, 3-1로 눌렀다. 이번에 승리하는 팀이 조 선두로 치고 나간다. 공교롭게 서울과 산둥 모두 정규리그에서는 만족할 만한 성과를 못 내고 있다. 산둥은 지난 5일 중국 슈퍼리그 개막전에서 장쑤 쑤닝에 0-3으로 완패한 뒤 12일 두 번째 경기에서 약체 랴오닝 훙원을 3-2로 힘겹게 이겼다. 서울도 12일 클래식 공식 개막전에서 전북 현대에 0-1로 무릎을 꿇은 뒤 곧바로 중국으로 넘어왔다. 분위기 반전이 필요한 시점이다.
브라질산 킬러 대결
킬러 대결도 흥미롭다.
서울의 아드리아노(29ㆍ브라질)는 챔피언스리그에서만 7골로 득점 선두다. 마누 메네제스(54ㆍ브라질) 산둥 감독은 “서울의 공격 능력을 잘 알고 있다. 잘 분석해 준비하고 있고 반격의 기회가 올 때 놓치지 않겠다”고 했다.
산둥에는 브라질 국가대표 출신 디에로 타르델리(31)가 버티고 있다. 슈퍼리그 2년 차인 그는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와 슈퍼리그 합쳐 3골을 기록 중이다. 타르델리는 “작년에는 무릎 부상으로 적응에 시간이 필요했다. 올 시즌은 다르다. 서울이 강하지만 우리는 승리할 자격이 있다. 내게 온 찬스를 놓치지 않고 팬들에게 승리의 기쁨을 전하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산둥(중국)=윤태석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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