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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보다 더 긴장” 휴가까지 내고 관전

입력
2016.03.15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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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마지막 5국이 열린 15일 오후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을 찾은 바둑 애호가들이 프로기사의 대국 해설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마지막 5국이 열린 15일 오후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을 찾은 바둑 애호가들이 프로기사의 대국 해설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여기서 젖혀야 하지 않을까?" "벌리는 편이 나을 것 같은데."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의 마지막 5번째 대국이 열린 15일 서울 성동구 행당동 이세돌바둑연구소에는 '제2의 이세돌'을 꿈꾸는 바둑 꿈나무 30여명이 모여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대국을 지켜봤다.

이 9단의 제자들은 TV나 스마트폰으로 대국을 함께 관전하며 바둑 형세를 검토했다. 이 9단이 3국을 내리 패하고 4국에서 승리한 이후여서인지 전보다 훨씬 활기 넘치는 분위기였다.

연구소 사범들이 "조용히 좀 하라"고 주의를 줄 정도로 떠들썩했지만, 마지막 대국을 관전하는 어린 바둑인들의 집중력만큼은 상당했다. 생중계 화면과 바둑판을 분주하게 오가는 이들의 눈빛에서 한 수라도 더 배우겠다는 의지가 읽혔다.

홍명제(16)군은 "이 사범님이 원래 바둑밖에 모르는 성격인데 겉으로는 스트레스를 드러내지 않으신다"며 "오늘 표정을 보니 엊그제 이긴 덕인지 많이 홀가분해지신 것 같다. 오늘도 이기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성인 바둑 애호가 20여명이 모여 대국을 관전한 성동구 홍익동 한국기원에서는 적막에 가까운 긴장감이 흘렀다.

전문가의 현장 해설만 실내를 울릴 뿐 음료수 마시는 소리조차 내기 조심스러운지 움직이는 사람도 거의 없이 대국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이 9단이 우하귀에 둔 43수가 프로들이 잘 두지 않는 수라는 해설에 '실수가 아닐까'라며 긴장하던 바둑 팬들은 "이어지는 수들을 보니 이 9단만의 변칙 수일 수도 있겠다"는 분석이 나오자 안도하기도 했다.

기원에서 대국을 보던 강모(49)씨는 "바둑을 전혀 모르지만 이번 대국에 큰 관심이 생겨 휴가를 내고 마지막 대국을 보러 왔다"며 "인류와 인공지능의 대국이라니 월드컵이나 올림픽보다 더 긴장되는데 이 9단을 마음으로 응원한다"고 말했다.

40년 가까운 전통을 자랑하는 서울대 바둑부 동아리실에도 마지막 대국을 함께 보려는 바둑부 회원과 학생들 10여명이 모여 TV 중계를 보며 응원전에 나섰다.

"바둑이 이렇게 주목받는 날이 올 줄 몰랐다". 이들은 설레는 표정으로 한쪽 벽에 붙은 바둑판에 한 수 한 수를 따라 둬가며 해설하고 토론했다.

알파고의 착수가 예상을 번번이 벗어나자 "도대체 저 수가 무슨 뜻이냐", "실수일 수도 있다, 저번 대국에서 말도 안 되는 수들을 놓은 것을 보면 알파고가 신은 아니다"라는 등 열띤 토론이 이어지기도 했다.

이날 승패가 어떻게 될 것 같으냐는 질문에는 "오늘도 이기지 않겠나"라는 희망 섞인 전망을 내놨다.

최준영(기계항공공학부 13학번)씨는 "1천200대의 컴퓨터 CPU가 연결됐을 정도로 연산능력이 대단한 알파고에게 한 판을 이긴 것만으로도 대단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며 "알파고가 워낙 기상천외한 수를 많이 둬 승패를 예단할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 봐서는 충분히 승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바둑부 회장 정내혁(수학교육과 15학번)씨는 "이어진 대국들을 보며 5패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이세돌 9단이 안정된 심리상태를 유지하고 4국을 이긴 것이 대단하다"며 "오늘 대국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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