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주(46ㆍSK텔레콤)는 올해 두 가지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 중단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 토너먼트 참가와 선수로서 2016 리우 올림픽 출전이다.
이를 위해 겨우내 동계훈련에 충실하고 시즌 산뜻한 출발도 끊고 있다. 2월 들어서만 PGA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 준우승에 이어 노던 트러스트 오픈 공동 5위로 확실히 되살아났다. 330위권이던 세계랭킹은 어느덧 100위권(105위) 진입을 앞둬 올림픽 출전 꿈은 차근차근 현실로 만들어가는 중이다.
문제는 코앞으로 다가온 마스터스다. 세계의 모든 프로골퍼가 그렇듯 최경주에게도 마스터스는 각별하다. 그는 “만일 내가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한다면 아마 마스터스가 될 것”이라며 “챔피언 만찬에 꼭 청국장찌개를 올리고 싶다”고 말했을 정도다. 성적으로도 마스터스가 유독 좋았다.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12년 연속 출전 기록을 갖고 있는데 2003년 데뷔전에서 공동 15위를 차지했고 이듬해 3위에 올랐다. 2010년에는 마지막 날 우승 문턱까지 갔지만 막판 실수로 공동 4위에 올라 아쉬움을 곱씹었다.
지난해 아시아 선수로는 최다인 12년 연속 마스터스 출전이 좌절된 뒤 최경주는 “내년에는 반드시 참가하겠다”고 의지를 불태웠지만 상황은 썩 여의치가 않다.
최경주가 마스터스에 나가려면 앞선 대회에서 우승하거나 세계랭킹을 50위 이내로 끌어올려야 한다. 둘은 서로 맞물려 있다. 잔뜩 벼렸던 지난 주 발스파 챔피언십에서 부진하면서 최경주는 오는 4월 8일(한국시간) 조지아주 어거스타에서 개막하는 마스터스까지 실질적으로 남은 두 개 대회 중 하나를 반드시 우승해야 할 처지다. 그렇지 못하면 매우 희박한 특별 초청선수 자격이 주어지길 기대해야 한다.
마스터스 이전에 출전할 수 있는 대회는 18일 시작하는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 25일 푸에르토리코 오픈, 4월 1일 셸 휴스턴 오픈 세 개다. 단 푸에르토리코 오픈은 페덱스컵 풀 포인트가 부여되지 않아 우승해도 마스터스 출전권이 주어지지 않는다. 이 기간 일정이 겹치는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델 매치 플레이 챔피언십은 최경주가 나갈 수 없다. 따라서 이번 주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이나 셸 휴스턴 오픈 중 하나를 거머쥐어야 꿈의 오거스타 내셔널GC로 돌아갈 수 있다.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은 톱랭커들이 상당수 출전한다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셸 휴스턴 오픈을 정조준하는 편이 유리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마저 불발되면 실낱 같은 희망은 오거스타 내셔널GC의 특별 초청 케이스다. 마스터스 출전 자격을 갖춘 배상문(30ㆍ캘러웨이)이 군복무 중이라 그 대신 최경주에게 초청장이 갈 가능성이 희박하나마 있다.
정재호기자 kem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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