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아침을 열며] ‘진박’ ‘친문’이라는 붕당(朋黨)정치

입력
2016.03.15 13:48
0 0

공천이 정당 내 권력투쟁의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 선거승패를 좌우하는 여러 요인 중에 개혁공천 여부는 중요한 잣대로 기능해 왔으나 20대 총선을 목전에 둔 공천은 국민과 철저히 유리된 전형적인 정치공학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치현상은 권력현상이며 공천도 권력획득을 위한 도구로 쓰이는 것을 도덕주의적 관점에서 마냥 비난만 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국민의 지지를 획득하기 위한 치열한 논쟁은 생략된 채 공천이 당내 계파패권을 쟁취하기 위한 정파적 권력쟁취의 도구로 전락하고 있는 현상은 정치적 퇴행이 아닐 수 없다.

새누리당은 2년여 동안 공천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립하고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준다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 당내 합의를 통해 상향식 공천을 적용하기로 했다. 단 예외적으로 공천신청자가 한 명이거나 경쟁력이 현저히 낮은 후보가 신청했을 때 단수추천을 할 수 있고, 여성이나 장애인 등 정치적 소수자의 경우 우선추천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다. 그러나 현재의 공천은 공천관리위원회가 거의 전권을 휘두르는 상황이다. 이미 당원들과 유권자에 의한 상향식 공천은 거죽만 남은 상태다. 전략공천지역보다 경선지역이 단순 수치로 볼 때 많기 때문에 상향식 공천이 지켜지고 있다는 논리는 강변에 불과하다.

새누리당의 공천을 둘러 싼 갈등의 본질은 친박과 비박의 권력투쟁이다. 친박과 비박의 대립에서 정책 및 노선의 차이를 발견할 수 없다. 국정최고책임자의 의중에 부합하느냐의 여부가 친박과 비박 구분의 기준이다. 보수정당으로서 양심적 보수와 개혁적 우파 지향을 위한 방법론의 차이에 근거하여 계파형성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지향하는 가치의 실현을 위하여 투쟁하고 토론하며 당원과 유권자에게 지지를 호소해야 한다. 정치개혁 차원에서 상향식 경선이 대세가 된 이유이다. 물론 상향식 공천 제도는 보완되고, 정교하게 다듬어져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의 모바일 투표는 폐해 때문에 폐지된 바도 있다. 현역에게 유리하고 인지도가 낮은 신인에게 불리한 점도 분명히 있다. 그래서 여야 정당은 이를 보정하기 위한 장치도 마련했다.

새누리당은 친박과 비박의 구도에서 ‘신친박’과 ‘진박’ 등 계파가 세분화되고 있다. 계파라기 보다는 패거리로 부르는 게 사실에 가깝다. 야당이라고 사정이 낫지 않다. ‘친노’와 운동권 청산이 공천의 변수가 되고, ‘친노’와 ‘친문’ 등 이름의 이니셜이 계파가 되는 현실은 여당과 다를 게 없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최고권력의 입맛에 맞게 공천권이 행사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 때문에 야당의 경우와는 차이가 있다.

정당이 선거승리를 위해서 공천을 지역구에 맞게 정무적 판단을 하는 것 자체를 나무랄 수는 없다. 그러나 정무적 판단이 계파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 후보를 배제하는 수단으로 둔갑하고 공천권이 상당 부분 자의적으로 행사되고 있는 현실을 유권자들은 망연자실 지켜보고 있다. 공천권이 정당의 ‘그들만의 리그’를 공고화하는데 남용되고 있다. 계파이기주의에 입각한 소수의 판단에 의하여 공천이 이루어지는 정치공간에서 당원은 객체로 전락하며 국민은 구경꾼에 불과하다. 정당은 국민의 혈세로 이루어진 막대한 정당보조금을 받는다. 결코 국민이 공천을 정당 내부의 일로 치부할 수 없는 논거다. 선거가 집단지성의 표출이라고 하지만, 정당의 공천에 의해 원천적으로 유권자의 판단이 제약된다면 총알보다 강하다는 투표는 유명무실해진다. 정당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이는 대표성의 위기로 연결된다.

16세기(1575년) 조선에서 동인과 서인으로 붕당(朋黨)이 생긴 이래, 동인이 남인과 북인으로, 서인은 노론과 소론으로, 노론은 벽파와 시파로 갈렸다. 붕당은 사림정치의 형태로 동인과 서인, 서인과 남인이 공존의 틀을 형성함으로써 왕권을 견제하고 특정 정파의 독주를 막는 순기능도 있었으나 17세기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정치적 보복의 악순환을 되풀이했다. 집권세력의 비정상적 분화는 긍정적 기능보다는 역기능이 훨씬 많다는 것을 역사에서 배워야 한다. 공천이 특정집단의 세력화에 이용되어서는 안된다. 특정계파가 국회에 대거 입성해야 국정개혁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인식은 전형적 붕당주의이기 때문이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정치학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