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미오와 줄리엣’ ‘햄릿’ ‘맥베스’의 저자가 윌리엄 셰익스피어라는 건 상식 중의 상식이다. 그러나 이 소설들의 원작자가 따로 있다는 것 역시 매우 오래된 가설이다. 제임스 샤피로 미국 콜럼비아대 교수가 쓴 ‘셰익스피어를 둘러싼 모험’(글항아리)은 셰익스피어 비 원작자설을 둘러싸고 벌어진 200여년간의 논쟁을 다룬 책이다.
셰익스피어가 원작자가 아니라는 주장이 처음 불거진 것은 1785년. 제임스 윌모트라는 학자가 셰익스피어가 원작자라는 증거를 찾고자 현지 조사에 나섰지만 아무것도 찾지 못하자 다른 원저자가 있다는 결론에 이른 것이다. 윌모트는 희곡 속에서 풍기는 뉘앙스와 사상을 토대로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을 원작자로 지목했다.
1850년대 들어서는 셰익스피어가 아닌 다른 사람이 그의 희곡들을 집필했다고 주장하는 책과 논문이 무수히 발표됐다. 여기에는 ‘톰 소여의 모험’을 쓴 미국 소설가 마크 트웨인,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 등 유명인들도 대거 포함됐다. 트웨인은 원작자로 프랜시스 베이컨을 꼽았고, 프로이트는 제17대 옥스퍼드 백작인 에드워드 드 비어 혹은 여러 사람이 함께 희곡을 썼다고 주장했다.
셰익스피어에 의심을 품는 사람들은 그의 작품 속 세계관과 실제 셰익스피어의 삶 간에 너무 큰 괴리감이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든다. 예컨대 줄리엣은 결혼할 때 13살이었지만, 당시 사람들의 평균 결혼연령은 25세였다.
그러나 저자는 여러 주장을 검토한 결과 결국 원작자는 셰익스피어라는 데 손을 들어준다. 샤피로 교수는 “셰익스피어의 작품 속에서 그의 생애를 찾아내려는 노력에 반대한다”며 “분명히 그는 대단히 뛰어난 작가였기 때문에 자신의 경험을 서투르고 어수선한 방식으로, 다시 말해 자전적 요소의 흔적을 찾는 비평가들이 우리에게 믿음을 주려고 종종 사용하는 그런 방식으로 재활용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수현기자 s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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