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LI(Human Life International)라는 국제단체가 1995년 4월 19~21일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연례총회를 개최했다. 베네딕트 수도회 신부 폴 막스(Paul Marx)가 1981년 창설한 HLI는 낙태 반대와 동성애ㆍ성교육ㆍ피임 반대, 반유대ㆍ반이슬람 운동을 주도하며 39개국에 53개 지부를 둔 거대 단체다.
‘반 HLI’를 기치로 모인 80여 개 단체 회원 2,500여 명이 총회장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여성의 운명은, 교회도 국가도 아닌 여성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이민자 권리를 보호하라.” 몬트리올 노트르담 바실리카 광장은 시위대들로 밤 늦게까지 북적거렸고, 총회 뒤 촛불 행진을 하려던 HLI 회원들은 계획을 철회한 채 경찰 보호를 받으며 호텔로 돌아갔다.
시위대는 뒤통수에 대고 “Go Home!” “Shame!”등의 구호를 외쳤고, ‘승리감’에 도취된 일부가 계란과 물 채운 콘돔 등을 그들을 호위하는 경찰을 향해 던졌다. 평화 시위에 진압장비를 갖추고 차벽까지 친 경찰의 과잉 대응에 화가 나 있던 터였다. 경찰 진압이 시작됐다. 참가자 몇 명이 곤봉으로 구타 당했고, 9명이 연행됐다.
‘경찰 잔혹행위에 대한 포괄적 반대(Collectif Oppose a la Brutalite Policiere, 영어로는 Collective Opposed to Police Brutality)’라는 단체가 그해 8월 출범했다. 과잉ㆍ부당 공권력의 피해자들, 목격자들, 소수인종ㆍ민족 인권단체들, 노숙자, 매춘부, 동성애자, 트랜스젠더 등 정치ㆍ사회적 약자들이 ‘자율적으로’ 단체의 결성을 주도했다고 한다. COPB는 다양한 상황에서 경찰과 맞닥뜨렸을 때 개인이 요구해야 할 권리를 밝히는 소책자를 제작ㆍ배포하고, 경찰 폭력 사례를 공개하고, 피해자 증언을 비디오나 문서로 알리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단체 상근 스테프는 비공개이고, 시민 후원금으로만 운영된다.

3월 15일은 97년 그들이 정한 ‘경찰 잔혹행위 반대의 날’이자, 캐나다 경찰이 가장 수치스러워하는 날이다. 행사 참가자들은 대개 평화 집회와 행진을 벌이지만 때로는 경미한 일탈로 경찰을 자극하기도 한다. 주최측이 행진 경로를 공개하지 않을 때도 있고, ‘또 곤봉을 휘둘러 보라’는 듯 달걀과 ‘페인트 폭탄’을 던지는 이들도 있다. 2002년 몬트리올 행사 때는 350여 명이 연행되기도 했다고 한다.
이 행사는 캐나다 거의 전 대도시는 물론,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유럽, 멕시코 등 남미 일부 국가로 확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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