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결전만 남았다. 네 번의 승부로 알파고의 바둑을 경험한 이세돌 9단에게 알파고는 더 이상 빈틈없는 괴물이 아니다.
이 9단은 흑돌을 잡는다. 중국식 룰을 따르는 대국에선 흑돌을 잡는 측이 덤 7집 반을 상대에게 주고 시작하는 만큼 흑이 다소 불리하다. 4국보다 이 9단에게 불리하단 이야기다. 그러나 이현욱 8단은 “먼저 수를 놓는 흑은 자신의 뜻대로 초반 경기를 주도해 일찌감치 승기를 잡는 전략을 구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9단이 마지막 대국도 지난 4국처럼 초반 실리를 취하고 혼란을 주는 전략을 쓸 것으로 전망했다. 이 8단은 “바둑은 직접 둬 본 사람이 가장 잘 알기 때문에 이 9단만큼 알파고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며 “4국처럼 초반 집을 마련하는 실리 작전을 구사하다 알파고의 계산을 어렵게 만드는 수로 실수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알파고와의 승부에 흠뻑 빠진 이 9단이 종잡을 수 없는 전략을 내놓을 수도 있다. 홍민표 9단은 “이 9단이 이미 알파고의 약점을 확인했기 때문에 아마 색다른 시도를 해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룡 9단은 “이 9단도 알파고처럼 예측 불가인 경우가 많아 어떤 전략을 내놓을지 예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알파고는 이전과 비슷하게 몸싸움을 피해가며 안정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구글 측은 이미 대국이 진행되는 도중에는 알파고를 업데이트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바둑 아마 3급인 박승수 이화여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알파고는 이전 네번의 대국처럼 후반부로 갈수록 경우의 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초반부터 승률을 높여 가기 위한 전략을 취할 것”이라며 “이 9단이 전반부 몸싸움을 걸어와도 계속 피하면서 본인이 파악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최소화하며 유리하게 끌고 가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4국에서 심리적 압박감을 해소한 것은 이 9단이 얻은 가장 큰 소득이다. 더구나 4국의 승리로 상승세를 탄 만큼 이 9단의 유리를 점치는 시각도 없잖다. 바둑계에서는 “진짜 대국은 5국”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세돌의 누나인 이세나 월간바둑 편집장은 “4국의 승리로 동생이 홀가분한 기분이 돼 컨디션도 올라갔을 것”이라며 “이제 이세돌의 바둑을 펼치면 이전보다 훌륭한 경기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준호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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