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 인사 방문하면 홍보 효과 높아
당국도 편애 논란 방지 위해 순번제로
‘만능통장’으로 불리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출시 첫 날인 14일. 황교안 국무총리는 이날 NH농협은행 대전중앙지점을 직접 찾아 ISA에 가입하는 행사를 가졌습니다. 황 총리는 이날 오전 대전에서 열린 대전ㆍ충남지역 우수기업 채용박람회에 참석한 김에 농협은행 지점을 들렀다고 하는데요. 황 총리 방문으로 자사 ISA 상품의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린 농협은행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이처럼 정부 고위 인사가 정부의 주요 금융정책과 관련한 상품ㆍ제도 출시일에 맞춰 금융사를 방문하는 이벤트가 잦아지며 어떤 금융사가 방문 장소로 낙점될 지에 관한 금융권의 관심 역시 높아지고 있습니다.
금융권의 관심이 커지다 보니 정부 입장에서도 방문할 금융사를 고르는 데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데요. 특정 금융사를 자주 찾았다가는 편애 논란이 빚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이런 오해를 피하기 위해 특정 금융사를 두번 연속 찾지 않고 여러 금융사를 돌아가면서 다닌다”고 전했습니다. 실제 지난해 12월 모바일 전문은행 출시 시점에 맞춰 신한은행을 찾았던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계좌이동제 3단계 시행 때는 KEB하나은행을 찾아 시연 행사를 가졌습니다. 또 지난 10일 금융사 개인신용정보보호 실태 점검 당시엔 KB국민은행을 방문 장소로 골랐습니다.
때론 정부 고위 인사의 방문 금융사 선택에 희비가 엇갈리기도 하는데요. 일례로 임 위원장이 계좌이동 3단계 시행을 맞아 하나은행에서 계좌이동 시연을 보였을 때 농협은행이 상당히 놀랐다고 합니다. 지난해 2월까지 NH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재임했던 임 위원장은 주거래은행이 농협은행이었는데, 그날 시연 내용이 하필 주거래은행을 바꾸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임 위원장이 실제로 주거래 은행을 옮기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다만 고위 인사 방문인 만큼 방문 대상으로 낙점된 금융사는 의전부터 홍보까지 신경 쓸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심지어 “정부 고위 인사가 직접 창구에서 시연행사를 할 때는 ‘사진발’이 잘 받는 직원을 찾아 창구에 앉힌다”(시중은행 관계자)고 하네요.
이성택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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