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판매량 임페리얼 제치고 2위
불문율인 ‘40도’ 깬 파격으로 승부
“1주일 내내 강남ㆍ해운대 주점 순회
품질에 자신… 성공 의심 안 했다
주류 한류로 세계시장 도전”
모두 무모하다고 했다. 그가 외국 브랜드에 점령 당한 국내 위스키 시장에 뛰어들겠다고 나서자, 주변의 반응은 냉담했다. 중소기업이 기세 등등한 외국 브랜드에 맞서는 것은 의욕만 앞세운다고 될 일이 아니라는 충고가 쏟아졌다. 모험을 시작한 지 6년여, 불가능할 것처럼 보였던 국산 위스키의 시장 진입은 결국 현실이 됐다.
외국 브랜드인 윈저와 임페리얼이 장악했던 국내 위스키 시장에서 지각변동을 일으킨 토종 위스키 업체 골든블루의 최용석(57) 부회장 얘기다.
“지금까지 100% 성공할 수 있다는 제 예감에 의심을 가져 본 적은 없습니다.”
14일 서울 논현동 골든블루 사무소에서 만난 최 부회장은 성공 비결을 ‘자신감’으로 요약했다. 2006년5월 해외 위스키 전문 수입 업체였던 수석무역에 합류한 최 부회장은 부산 연고의 주류업체 ‘천년약속’ 인수를 주도, 야심작인 위스키 ‘골든블루’(2009년12월 출시)를 세상에 내놓은 주역이다.
수입주류협회에 따르면 올해 1~2월 골든블루의 누적 판매량은 4만9,733상자(500㎖ㆍ18병 기준)였다. 20.4%의 점유율로 국내 위스키 시장에서 임페리얼(17.4%)을 제치고 윈저(29.0%)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윈저(1996년 출시)와 임페리얼(1994년 출시)이 양분해 왔던 양강 구도가 20년 만에 깨진 것이다.
“파격적인 제품이 필요했습니다. 열악한 중소기업이 글로벌 기업을 이기기 위해선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어요. 당시 위스키의 불문율로 여겨졌던 알코올 도수 40도를 처음으로 깨보자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최 부회장은 골든블루의 탄생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위스키도 소주처럼 저도주가 시장을 주도할 것이란 자체 전망 속에 알코올 도수는 건강한 사람의 체온인 ‘36.5도’로 정했다. 마케팅까지 고려한 전략이었다. 2011년엔 아예 회사명도 골든블루로 바꿨다.
하지만 초기 시장 반응은 차가웠다. 부산 소재 중소 기업의 약한 브랜드 인지도에, 기존 업체들의 공격적인 현금 마케팅까지 더해지면서 골든블루의 판매는 좀처럼 늘어나지 않았다.
“포기하고 싶진 않았어요. 품질에 자신이 있었으니까요. 그 때부터 현장에서 살았습니다. 부산 해운대와 서울 강남 지역의 유흥가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었습니다. 1주일에 7일을 매일 골든블루를 들고 주점을 돌았습니다.” 최 부회장의 ‘발바닥 마케팅’은 그렇게 5년 넘게 이어졌다. 서울과 부산 유흥가에서 최 부회장을 모르는 이가 없었고, 그는 매일 밤 찾아온다는 의미에서 ‘주류 업계 순찰자’로 통했다. 지금도 최 부회장의 스마트폰에는 전국 1,000여곳 유흥업소 사장들의 번호가 입력돼 있다.
골든블루에 ‘파란불’이 켜진 건 2014년1월이다. 골든블루의 점유율이 10%대에 진입했다. 한번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골든블루는 이후 연평균 5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올해 초 ‘넘버2’ 자리에 올랐다. 지난해 1,700억원이었던 매출도 올해 2,0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 위스키 시장이 하락세를 걷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골든블루의 상승세는 기대 이상이다.
국내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인한 골든블루의 다음 타깃은 세계 시장이다. 한국형 원액으로 제조된 위스키로 술의 한류 바람을 일으킨다는 계획이다. “이젠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가야죠. 위스키도 반도체처럼 수출 효자 품목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꼭 확인시키고 싶습니다.”
글ㆍ사진=허재경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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