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묵언수행’을 끝내고 입을 열었다. 지난달 18일 서청원 최고위원과 ‘공천 룰’을 두고 설전을 벌인 지 3주 만이다. 당내에선 김 대표가 침묵을 깬 이유를 두고 이런저런 해석이 나온다.
그간 아침 회의 때마다 마이크를 미루던 김 대표는 14일 모처럼 입술을 뗐다. 김 대표는 “하루하루가 힘들고 고단한 국민들이 많은데 우리 새누리당이 공천문제에 몰두해서 민생을 잊고 있었던 게 아닌지 깊이 자성하고 있다”며 곧바로 5대 개혁 공약을 발표했다. ▦특권을 없애고 능력 중심의 사회를 만들기 위한 ‘갑을 개혁’ ▦일자리 창출의 걸림돌을 없애는 규제개혁 ▦청년독립을 지원하는 청년정책개혁 ▦중ㆍ장년 일자리 마련을 위한 노동개혁 ▦젊은 부모를 위한 육아개혁이다.
김 대표를 비롯해 참석자들은 붉은색과 흰색이 어우러진 야구 점퍼 차림이었다. 또 회의실 배경판은 아이를 안고 환하게 웃고 있는 김 대표와 청소년들의 사진으로 단장했다. 마이크에 붙이는 명패에는 이날 새누리당이 핵심 총선 공약으로 내세운 원스톱 보육지원 정책인 ‘마더 센터’를 새겼다.
이날 김 대표가 공천과 관련해 내놓은 언급은 “지금 전국에서 국민공천제에 따르는 여론조사 경선이 실시되고 있으니 오로지 나라와 국민, 국정만을 생각하는 훌륭한 인물을 공천해달라”는 메시지뿐이었다. 회의 뒤 김 대표는 기자들의 질문에도 답하지 않았다.
한 측근은 이날 침묵을 깬 김 대표를 두고 “총선 공약 발표 때문”이라고 의미를 축소했지만, 당내에선 여러 관측이 나오고 있다. 우선 전날 지역구인 부산 중ㆍ영도가 경선 지역으로 지정되면서 공천이 가시권에 들어오자 여유를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일촉즉발까지 치달았던 김 대표와 친박계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의 갈등이 하루 만에 수습된 데에는 공천과 관련한 모종의 타협이 있었기 때문이란 해석도 무성하다. 친박계 좌장격인 최경환 의원과 김 대표가 욕설 녹취록 파문 당사자인 친박계 윤상현 의원 거취 문제를 포함한 사태 수습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면서 뒷말들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한 비박계 인사는 “양쪽이 이미 서로 반드시 살려야 할 ‘공천 명단’을 주고 받으며 의견 조율을 끝냈다는 설이 돈다”며 “향후 공관위에서 유승민 의원을 비롯한 유승민계를 부당하게 대거 낙천시킬 경우 김 대표가 어떤 입장을 취하는지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은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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