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월 50~60만원 보조금 공약
구직자 소득 보장해 취업활동 지원
정부ㆍ여당은 도덕적 해이 우려 반대
“구직훈련 프로그램 참여 전제돼야”
취직하지 못한 청년들에게 일정액의 현금을 지급하는 ‘청년수당’ 도입을 놓고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야당과 시민사회 진영은 사회안전망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청년수당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여당과 정부는 ‘도덕적 해이’를 이유로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4월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ㆍ국민의당ㆍ정의당 등 야당들이 모두 미취업 청년들에게 월 50만~60만원씩을 지급하는 청년수당 공약을 제시하면서 논란은 불붙고 있다. ▦더민주는 구직 중인 청년들을 대상으로 6개월 간 월 60만원을 취업활동비 명목으로 지급 ▦정의당은 연간 최대 540만원(월 50만원)을 구직활동 지원금으로 지급 ▦국민의당은 청년들에게 월 50만원씩 6개월 간 300만원의 구직급여를 지급하되 취업에 성공하면 지원금을 갚도록 했다. 재원을 제시하지 않은 다른 정당과 달리 재원으로 고용보험기금을 제시한 것이 눈에 띈다. 반면 새누리당 공약에는 청년수당이 포함되지 않았다. 새누리당은 관련 공약으로 서울에서 운영 중인 ‘청년희망아카데미’(취업교육 프로그램)를 3년 안에 전국 16개 시도로 확대하겠다는 계획 정도만 제시했다.
청년수당은 가입자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회보험’(고용보험ㆍ국민연금 등)이 아니라 일정 기준을 충족한 대상자에게 일반회계로 지원하는 일종의‘공적부조’다. 시민단체들은‘소득 보장’차원에서 7, 8년 전부터 도입을 주장해 왔다. 도재형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저소득층 청년들이 졸업한 뒤 저임금 일자리에 곧바로 뛰어드는 이유는 구직 기간을 버티게 해줄 소득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고용의 질을 높일 뿐 아니라 청년들 사이의 형평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도 청년수당 도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14일 한국노총ㆍ민주노총 주최로 열린 공약 비교 토론회에서 정준영 청년유니온 총선기획단장은 “청년수당은 기존 고용보험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일자리 안전망으로서 ‘모든 세대를 대상으로 하는 보편적 실업부조’ 도입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부ㆍ여당은 무임승차를 부추긴다는 이유로 청년수당 도입에 부정적이다. 조재정 새누리당 환경노동수석전문위원은 지난달 22일 한국노총에서 “구직 활동과 훈련 프로그램 참여가 전제되지 않은 지원은 도덕적 해이를 부를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정부는 ‘청년 소득을 높여주는 현금 지급’의 필요성은 검토해볼 만하지만 구직을 위한 훈련 등이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나영돈 고용노동부 청년여성고용정책관은 “고용보조금을 청년 취업자에게 직접 주는 데 대해선 정부 내에서 컨센서스가 있지만, 청년수당 도입은 검토된 바 없다”며 “월 70만~80만원에 이르는 큰 돈을 과거 정부가 청년들에게 준 적이 있었으나 일부 수혜자들은 수당을 타내기 위한 ‘구직훈련 쇼핑’만 했다”고 말했다.
지급 목적이 ‘취업 독려’인지 ‘소득 보장’인지에 대한 여야의 시각 차가 청년수당 도입의 가장 큰 걸림돌이지만 예산 문제도 현실적인 장애다. 일단 소요 예산이 막대하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해 새정치민주연합의 청년구직촉진수당 도입안을 현실화하려면 5년 간 5,075억원이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새누리당 노동위원장인 이완영 의원은 “근로자와 사용자가 돈을 내 조성한 고용보험기금을 기여도 안 한 청년들을 위해 쓸 순 없다”고 말했다.
한 국책연구기관 연구위원은 “실업부조가 사회에 필요한 건 사실이지만 수혜 대상과 지급 기간 등 정책 실행 주체가 이것저것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다”며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속성으로 내놓는 정책의 제도적 완성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