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출직 바뀐 후 첫 호남 출신 회장
‘비정상의 정상화’ 취임 일성으로
“독립법인 경제지주 백지화 대신
농업인들에게 도움 되도록 재설계”
한중 FTA 대응ㆍ비위 척결 등
임기 4년간 풀어야 할 난제 첩첩
“잘못된 관행을 과감히 척결하고 비정상의 정상화를 추진하겠다.”
5번째 민선 농협 수장인 김병원 제23대 농협중앙회장이 14일 서울 중구 충정로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취임식을 갖고 4년의 임기를 시작했다.
김 회장은 농협중앙회장직이 대통령 임명직에서 선출직으로 바뀐 1988년 이후 처음으로 당선된 호남출신 회장이다. 그간 민선 중앙회장 자리는 1대 한호선(강원), 2대 원철희(충남), 3대 정대근(경남), 4대 최원병(경북) 등 영남지역의 세가 강했다. 이번 선거에서 결선투표를 주도하는 대의원 총 291명 중 87명도 영남 출신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남 출신인 김 신임 회장이 당선될 수 있었던 건 변화를 향한 농협의 열망이 그만큼 간절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안팎의 분석이다.
김 회장 앞에 놓인 농협 안팎의 과제는 결코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1~3대 민선 회장이 모두 비리 혐의로 구속된 ‘흑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비위 척결을 위한 내부 개혁을 추진하는 것이 김 회장의 첫 번째 과제로 꼽힌다. 4대 회장인 최 전 회장 역시 비록 8년 임기를 완주했지만 전산장애, 검찰의 비리 수사 등으로 고초를 겪었다.
김 회장은 취임 일성으로 ‘비정상의 정상화’를 강조하며 강도 높은 개혁을 예고했다. 김 회장은 취임식에서 “농협은 창립 이래 최대 위기 상황에 놓였다”고 엄중한 진단을 내놓은 뒤 “이런 냉혹한 현실은 농협이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강도 높은 개혁과 체질 개선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잘못된 관행을 과감히 척결하고 비정상의 정상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권위주의적이고 불합리한 업무처리를 개선하고 지역조직 이기주의와 파벌주의 등의 적폐를 청산하기 위해 본인부터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농업인구 감소, 소득 정체, 인구 고령화, 그리고 한ㆍ중 자유무역협정(FTA) 등 농업을 둘러싼 환경 악화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김 회장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앞으로 중점을 두고 추진할 사업으로 ▦창조경제 농업지원센터 설립 ▦스마트팜 육성 ▦농업의 6차산업화 등을 제시했다. 한석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FTA 이행지원센터장은 “유통개선, 거래비용 절감, 가격경쟁력 강화 등 농업 환경 개선을 위한 중앙회의 역할이 막중한 시기“라고 말했다.
후보 시절 내세웠던 ‘경제지주(농협의 생산ㆍ유통 부문) 설립 백지화’ 공약은 거둬들일 것으로 보인다. 농협경제지주가 지역농협과 경쟁을 하게 되면 약자인 지역농협이 피해를 본다는 것이 이유였지만, 당장 농협경제지주가 내년 초 정식 출범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공약을 강행할 경우 그 파장을 감당하기 어려울 거란 우려가 팽배하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이런 논란을 의식, “경제지주 출범을 농업인과 농축협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설계하겠다”며 한 발 물러섰다.
세종=김진주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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