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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팥병, 투석 이르기 전에 조기 공격적 치료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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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팥병, 투석 이르기 전에 조기 공격적 치료 필요”

입력
2016.03.14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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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던 혈뇨 단백뇨 안 나온다고 해서 증세 좋아진 것 아닐 수도”

조병수 미래아이앤지 조병수의원 원장은 “콩팥병은 치료 적기를 놓치는 경우 투석으로 넘어갈 수 있으므로 조기 발견해 적극적인 치료를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했다. 미래아이앤지 조병수의원 제공
조병수 미래아이앤지 조병수의원 원장은 “콩팥병은 치료 적기를 놓치는 경우 투석으로 넘어갈 수 있으므로 조기 발견해 적극적인 치료를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했다. 미래아이앤지 조병수의원 제공

몸속 노폐물을 걸러 소변으로 배출하는 필터 역할을 하는 콩팥은 인체에서 가장 정교하게 설계된 장기 중 하나다. 0.1㎜ 크기 미세혈관 100만 개가 꽈리 모양으로 얽힌 사구체 구조만 봐도 그렇다. 그래서 사람들은 “섬세한 콩팥은 한번 망가지면 재생이 어렵다”고 말한다. 실제로 콩팥은 기능이 일단 떨어지게 되면 악화일로를 걷는 데다 적지않은 환자들이 끝내 투석이나 이식으로 내몰린다.

조병수 미래아이앤지 조병수의원 원장은 콩팥병에 대한 이런 비관론적인 인식에 맞서고 있는 의사다. 조기 발견과 적극적인 요법을 통한다면 병세를 돌려놓는 것이 가능하다는 게 조 원장 생각이다. 조 원장은 “보통 신장염 등으로 내원하면 대부분 병원들이 혈압약만 준다. 이는 불난 집에 바가지로 물을 끼얹는 정도 밖에 안 된다”고 소극적인 대응 관행을 비판했다.

콩팥병 병기(病期)는 1~5기로 나뉜다. 발병 초기인 1기는 추적관찰만 해도 괜찮다. 하지만 2~3기는 보다 공격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조 원장 말한다. 콩팥은 기능이 한번 망가지면 악화 속도가 워낙 빠른 데다 투석이라는 안타까운 상황으로 가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는 게 이유다.

조 원장은 경희대병원 교수로 재직 중이던 1990년 5월 IgA신장염 환자 14명을 고용량 스테로이드 요법으로 완치한 사례를 세계신장학회에 소개하면서 새로운 치료 전략으로 제시한 바 있다. IgA신장염은 만성 신장염 중에서 가장 흔한 질환이다.

고용량 스테로이드 요법은 항염증제인 스테로이드를 10배 정도 투입해 콩팥에 침투한 염증세포를 박멸하는 공세적인 치료법이다. 이 치료를 받는 환자들은 보통 스테로이드를 매일 20~30㎜g/㎏ 정도씩 사흘 동안 투여 받는다. 조 원장은 1980년대 중반부터 이 요법으로 3.000명을 치료했다.

다만 스테로이드는 양날의 칼이다. 심각한 부작용의 우려도 있으므로 정확한 조직검사를 거쳐, 조직 경화 정도 등을 봐가면서 잃는 것(失)보다 얻는 것(得)이 더 많을 때 선택해야 한다. 이런 충격요법이 필요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조 원장은 “콩팥 기능이 나빠지는 속도가 워낙 순식간이라 자칫 이것조차 시도해 보지 못한 채 투석해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혈중 크레아티닌 수치는 1.2 이하가 정상인데 1.3이 나왔다면 이미 콩팥이 50% 이상 망가진 것”이라며 “이 수치가 10에 이르면 투석이나 이식을 해야 하는데 1.3에서 10이 되는 건 순식간이다”라고 했다.

콩팥 조직을 전자현미경으로 들여다 본 모습. 까맣게 좁쌀처럼 점점이 박힌 것이 염증세포다. 게티이미지뱅크
콩팥 조직을 전자현미경으로 들여다 본 모습. 까맣게 좁쌀처럼 점점이 박힌 것이 염증세포다. 게티이미지뱅크

그래서 콩팥병 진단에서 조직검사가 중요하다고 조 원장은 강조했다. 실제 환자의 상태와 소변검사 결과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적지않다는 설명이다. 조 원장은 “소변검사에서 그동안 나오던 단백이 줄어 들고 혈뇨가 안 나오면 병세가 좋아진 것이라고 아는 사람들 많은데 이는 착각일 수 있다”며 “오히려 증상이 나빠진 경우가 더 많다”고 했다. 조 원장은 “직장 검진이나 학교 집단뇨검사에서 혈뇨, 단백뇨가 나왔다면 철저하게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만성 콩팥병의 주요 원인은 당뇨병, 고혈압, 사구체신염(신장염)이다. 최근 당뇨병 고혈압 같은 생활습관병이 늘면서 만성 콩팥병 환자가 국내 성인 7명 중 1명꼴로 덩달아 많아졌다. 조 원장은 “당뇨병과 고혈압도 결국 신장병”이라며 “당뇨병에 걸리면 망막 뿐만 아니라 콩팥도 망가져 투석해야 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콩팥병 환자에게 고기, 야채 등을 금하는 것은 과잉대응일 수 있다고 조 원장은 지적한다. 그는 “혈뇨, 단백뇨가 나오거나 신장염에 걸렸더라도 콩팥 기능은 아직 정상일 수 있다”며 “사람들이 신장염과 신부전을 착각해서 무턱대고 고기와 야채 등을 먹지 말라고 하는데 이는 잘못”이라고 했다.

송강섭기자 ericsong@hankookilbo.com

▦조병수 원장은= 경희대병원 교수로 있다 지난 1월 신장 전문병원을 문 연 국내 콩팥병 권위자다. 경희대병원에 재직 중이던 1990년 5월 세계신장학회에서 신장염에 대한 고용량 스테로이드 요법(Methylprednisolone Pulse Therapy)을 새로운 치료 전략으로 내놓아 주목 받았다. 1997년 전국 초ㆍ중ㆍ고 학생들에 예방적 소변검사를 의무화 하는 ‘집단뇨검사’ 법제화를 이끌어냈다. 최근 지방줄기세포를 이용한 난치병 치료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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