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지 사피오, 유대인 학살 같은 ‘전쟁범죄’로 볼까 봐 우려
일제강점기 위안부 피해자들의 상처를 그린 영화 ‘귀향’이 국내외에서 흥행몰이를 하는 가운데 일본의 대표적 보수 월간지가 의도적인 흠집내기에 나섰다.
일본의 보수 월간지 '사피오(SAPIO)'는 최근 발행한 4월호에서 영화 '귀향'을 집중 분석하며 ‘최악의 반일영화’로 규정했다. 이유는 영화가 역사를 왜곡했다는 것이다.
우선 사피오는 ‘귀향’에서 일본군이 위안부를 학살하는 장면을 문제 삼았다. 조정래 감독은 위안부 피해자인 강일출(88)씨의 그림 '태워지는 처녀들'를 토대로 관련 장면을 연출했다.
이에 대해 사피오는 2002년 나눔의 집이 발간한 위안부 피해 증언집을 바탕으로 “영화는 위안부 학살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지만 증언집을 보면 강씨가 장티푸스에 걸렸고 전염병을 앓던 소녀들의 시체를 태웠다는 내용이 있다”며 “영화가 자의적으로 해석한 강씨의 증언을 실화처럼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또 사피오는 일본군에게 강제 연행된 여성들이 강간, 폭행, 학살 등 반인륜적 범죄의 대상이 된 사실에 대해서도 박유하 세종대 교수의 책 ‘제국의 위안부’를 근거로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이 책에는 “일본군이 폭력을 가하거나 때리는 일이 일절 없었다”, “위안부가 병이 들면 일본군 부대장이 나서서 고향에 돌아가게 해주었다”는 내용이 일부 위안부의 발언으로 실려 있다. 그러면서 사피오는 “전시 중에 조선반도에서 인신매매나 취업사기로 위안소에 간 불행한 여성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런 위안부를 보호하고 송환해 준 것도 일본군이었다”고 사실과 다른 주장을 폈다.
그렇다 보니 사피오는 위안부 문제가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이 저지른 유대인 학살 등의 전쟁범죄로 취급될 까봐 꺼리고 있다. 사피오는 기사에서 “조 감독이 언론 인터뷰에서 위안부 문제를 유대인 학살과 같은 범죄로 봐달라고 얘기하고 있다”며 “이는 영화 내용을 정치적 의제로 비화시키려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샤피오가 이토록 ‘귀향’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관심이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일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귀향'은 지난 13일 기준으로 국내관객 300만명을 넘어섰고 미국 로스앤젤레스 등 해외에서도 개봉했다.
‘귀향’은 일본에서도 일부 현지인들의 공감을 얻었다. 지난달 14일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에서 열린 시사회를 본 일본 관객들은 “영화의 내용이 충격적이지만 많은 이들이 봤으면 좋겠다”며 “영화를 보면 당시 소녀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여기에 최근 유엔 인권이사회는 한일 위안부 합의를 비판하며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와 보상을 권고했다. 그만큼 일본으로서는 위안부 피해자의 입장을 대변한 ‘귀향’이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사피오는 기사에서 “영화 상영회가 열리는 미국 각지에서 위안부 소녀상과 위안부 비석 건립이 이뤄지고 있다”며 “이 영화는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위안부 문제를 해결한 한일 합의를 짓밟고 있다”고 비난했다.
김지현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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