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전역에서 수백만 명이 참여한 반정부 시위가 일제히 벌어졌다. 검찰 수사로 위기를 맞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과 더불어 그의 정치적 후계자인 지우마 호세프 현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여론이 극에 달하고 있는 것이다.
13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상파울루 등 브라질 200여 개 주요 도시에서 시민 600만 여명(경찰 추산 300만 명)이 거리로 나와 시위에 참여했다. 브라질의 금융중심지 상파울루에선 파울리스타 대로 주변으로 140만 명이 집결했고, 리우데자네이루에도 100만여 명이 모인 것으로 추산됐다. 브라질자유운동(MBL) 등 시민ㆍ사회단체가 주도한 이번 시위에는 제1야당인 브라질사회민주당(PSDB)을 비롯한 정치권, 상파울루산업연맹(Fiesp)을 포함한 경제단체 등이 대거 참여했다.
하루 동안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시위에서 시민들은 호세프 대통령 탄핵과 집권당인 노동자당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시위대는 브라질 국기를 상징하는 노랑, 초록색 바탕에 ‘노동자당 아웃(out)’이란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나와, 극심한 경제위기에 대해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는 현 정권에 분노를 표했다. 9일 검찰이 부패 혐의를 받고 있는 룰라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한 데 이어, 시위대 역시 룰라 전 대통령의 처벌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쳤다.
일각에선 이번 시위가 브라질 연립정권의 분열을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노동자당과 함께 연립정권을 이루고 있는 브라질민주운동당(PMDB)은 전날 열린 전당대회에서 약 한 달간 연방정부 각료직을 맡지 않을 것이며 그동안 정권 잔류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는 브라질민주운동당 소속인 에두아르도 쿠냐 하원의장이 이번 주 안으로 탄핵 절차를 논의할 위원회를 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보도했다.
한편 집회 소식을 접한 호세프 대통령은 "일요일 집회가 평화롭게 이뤄졌다는 것은 브라질 사회가 서로 다른 의견을 공존시키는 방법을 알 만큼 성숙했다는 의미이다"고 밝혔다.
김정원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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