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즈 곤(She's Gone)'의 주인공, 록밴드 스틸하트의 보컬리스트 밀젠코 마티예비치(52)가 국내 활동을 선언했다. 단순한 내한 공연, 이벤트성 방송 출연이 아니다. 최근 가수 미나가 속한 국내 기획사 배드보스컴퍼니와 전속 계약을 체결하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MBC '복면가왕' 최초의 외국인 가수로 화제를 모았고 MBC 월화극 '화려한 유혹'의 O.S.T에 참여하기도 했다. 전 세계적인 히트곡을 갖고 있는 주인공으로서 이례적인 행보다. '왜 한국인가'라는 물음에 밀젠코의 답은 명료했다. "내 인생의 또 다른 시작점이 생기면 나를 각별히 사랑해주는 곳에서 하고 싶었다. 그 곳이 한국이었다"며 웃었다.
-한국에 대한 각별한 마음은 언제 생겼나.
"'쉬즈 곤'이 여러 나라에서 사랑 받고 있지만 한국은 그것보다 더 크다. 올 때마다 뜨겁게 환영해줘서 언제나 한국인과 소통하는 느낌을 받았다. 어떤 분은 내게 영웅이라고 표현해주는데 정말 할 말이 없을 정도로 영광스럽고 기뻤다."
-'복면가왕'은 어땠나. 한국어 가사를 외우기 힘들었을텐데.
"처음 곡을 받고 공연하기까지 두 달 반 연습했다. 정말 무대 직전까지 계속 연습했다. 발음 문제로 대역 제의까지 받았지만 뿌리쳤다. 가면을 썼을 때 한국인 아닌 걸 들키지 않으려고 정말 노력했다."
-다른 가수와 경쟁하는 무대는 처음이지 않나.
"경쟁 구도가 매우 흥미로웠다. 다들 열성도 있고 에너지가 있더라. 그런 사람 옆에서 같이 공연해서 재밌었다. 내 좌우명은 '재밌어야 한다'인데 굉장히 즐겁게 했다."
-앞으로 발표할 노래들도 한국어로 부르나.
"마음이 열려 있어 어떤 기회가 오더라도 잡고 싶다. O.S.T 역시 한국어 버전으로 재녹음 가능하다. 한국 음악팬이 원한다면 모든 가능성 다 열어놨다."
-트로트도 가능한가.
"놀랄 일이 생길수도 있다. 트로트는 내가 태어난 나라(유고)의 음악과 감성적으로 연결이 된다. 앞으로 그러한 음악도 조금씩 시도할 수 있다."
-예정된 다른 국내 활동이 있다면.
"한·중·일 멤버로 밀젠코 밴드를 만들 생각이다. 4월에 페스티벌이 예정됐는데 그 무대가 첫 무대일 것이다. 두고 봐라. 깜짝 놀랄 만한 멤버들을 볼 수 있다."
-한 달 넘게 서울에 머물고 있는데 한국 문화를 제법 많이 접했겠다.
"이태원·홍대 앞·강남 등지를 돌며 경험했다. 음식 맛은 정말 세계 최고다. 밤에는 클럽에 가서 에너지를 받고 춤도 즐긴 적이 있다."
-적지 않은 나이인데 클럽에서는 인기가 많았나.
"적지 않은 나이라니 무슨 소리인가. 나는 33세다. 젊은 에너지가 매우 좋아서 즐겁게 놀았다. 설마 스틸하트냐며 격하게 포옹해주고 클럽 안에서 사진도 같이 찍었다. 한국은 따뜻하고 개인적으로 내 친구같다."
-소주도 많이 마셨나.
"소주는 초록색 악마다. 좋긴 하지만 많이 먹을 수 있는 술은 아닌 것 같다. 맛만 보고 있다."
-젊음 유지 비결은 무엇인가.
"늙었다고 느끼면 늙는 것이라는 아버지의 말씀이 있다. 나는 계속 서른 세 살의 느낌으로 살고 있다. 젊은 여자친구 덕에 젊음이 유지되는 부분도 있다. 공연을 했을 때 관객으로부터 에너지를 받는다. 젊은이로 오래 활동하고 싶어서 술에 취하거나 담배·마약은 일절 안 한다."
-20여년 전 무대에서 생사오가는 사고를 당했다. 이후 삶이 어떻게 달라졌나.
"어머니와 형제를 잃었다. 그 해 이혼까지, 살면서 굉장히 힘든 시기를 보냈다. 음악을 통해 극복했다. 나 역시 원래 죽을 목숨이었다고 생각하니 매일 눈 뜰 때마다 축복 받는 느낌이다."
-무대 사고라서 트라우마가 생기진 않았나.
"큰 사고를 겪었지만 한 번도 무대를 겁낸 적 없다. 무대 위가 나의 집인데 두려움을 느껴선 안 된다. 다시 사고가 나도 똑같다. 무대가 아니면 어디서 노래하겠나."
-스틸하트는 어떻게 되나.
"스틸하트를 많이 좋아해주지만 그때 내가 미처 표현하지 못한 게 있다. 스틸하트는 내 삶의 일부이고 공연도 계속 하겠다. 하지만 현재는 밀젠코 타임이다. 여기와서 정말 웃고 즐기고 잘 먹고 있다. 올해는 정말 바쁜 해가 되지 않을까."
-언제까지 음악하고 싶나.
"노래 부를때 무한 에너지를 느낀다. 계속 생산해낼 수 있고 받아들일 수 있는데 왜 멈추겠나. 가능할 때까지 계속한다!"
사진=더하기미디어 제공
심재걸 기자 shim@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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