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천 사미천의 노란배측범잠자리
서식지 98% 파괴, 자료 거의 없어
“효율적인 보호 방안도 고민 중”

“곤충은 지구상 생물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생태계의 핵심 구성원입니다. 무관심 속에서 사라져 가고 있는 우리 잠자리를 지키고 싶었습니다.”
취업난으로 숨가쁜 대학 생활 속에서도 2년 간 끈질기게 토종 곤충을 보호하는 활동 끝에 국제적인 환경보호기구로부터 그 노력을 인정받은 대학생들이 있다. 임창섭(21ㆍ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4)씨와 정현용(24ㆍ동국대 바이오환경과학과3)씨 등 고려대와 동국대생 5명으로 이뤄진 동아리 ‘우리곤충지킴이’가 그 주인공. 이들은 지난해 12월 환경분야 최대 국제기구인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선정하는 멸종위기종 목록 ‘레드리스트’에 한국 고유종인 노란배측범잠자리를 등재시켰다. 한국고유종 중 무척추동물로 레드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것은 대모잠자리, 이빨개미에 이어 3번째이고 오로지 한국인이 주도해 등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레드리스트에 등재된 생물종에 대해 각국은 국내 멸종위기종으로 지정, 채집이나 거래를 규제한다.
이들이 노란배측잠자리를 레드리스트에 등재시키기로 한 때는 2013년 11월 무렵이다. 비슷한 전공을 하는 임씨와 정씨는 곧 의기투합했다. “곤충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서다. 이후 이들은 자료수집과 현장조사를 병행했다. 국내자료가 거의 없었고, IUCN이 요구하는 등재기준을 설명한 우리말 가이드라인도 없어 고생을 했다. 생태조사도 나갔는데 이들은 잠자리가 주로 사는 경기 연천군 소재 임진강 지류인 사미천을 방문하며 표본을 채집했다. 노란배측범잠자리는 주로 평지를 흐르는 하천 중ㆍ하류에 사는데, 개발 탓에 최근 20년 사이 서식지 98%가 파괴됐다.
특정 생물종을 보호하려는 이들이 서식현황이나 위협의 정도, 멸종가능성 등을 조사해서 제출하면 IUCN은 이를 검토해 1년에 두 차례 레드리스트를 발표한다. 위험성에 따라 ‘심각한 위기종(CR)’ ‘멸종 위기종(EN)’ ‘취약종(VU)’ 등 9단계로 분류하는데 노란배측범잠자리는 EN 등급을 받았다.
이들은 이번 경험을 밑천으로 다른 곤충들의 등재 작업도 진행해 나갈 계획이다. 임창섭씨는 “2차 등재를 위해 지난 연말부터는 동굴에 사는 귀뚜라미붙이에 관한 자료를 조사하고 있다”며 “등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효율적인 보호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재진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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