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장기하가 댄서로 활동했던 인디밴드 술탄 오브 더 디스코(술탄)는 독특한 방식으로 티켓을 판다. 26일 서울 홍익대 인근 KT&G 상상마당 라이브홀에서 전자 음악 밴드 이디오테잎과 합동 공연을 하는데, 14일부터 21일까지 경매 방식으로 티켓 예매를 진행한다. 술탄은 티켓 입찰 가격을 최저가 3만 8,000원에서 최고가 6만 8,000원으로 정했다. 티켓은 250장만 판다. 높은 가격을 써 낸 순으로 250명의 관객이 술탄의 공연을 보게 된다. 예매 시간 순으로 티켓 판매가 이뤄졌던 콘서트 시장에서 인디밴드가 ‘가격순’을 내세워 모험에 나선 것이다.
영국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스타 가수 폴 포츠가 지난 1월 내한 했을 때 99명의 관객을 위한 소규모 공연 티켓을 경매 방식으로 판 적은 있지만, 이벤트성이 아닌 100명 단위의 공연 티켓을 경매로 팔기는 술탄이 처음이다. 게임 같은 경매 방식 도입으로 기존 팬들의 관심을 높여 공연에 대한 흥미를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공연 티켓 판매의 경매 방식 도입은 앞으로 늘 전망이다. 술탄의 콘서트 티켓 예매 경매를 모바일에서 진행하고 있는 공동 경매전문업체 팬덤 커머스 올윈은 14일 “유명 뮤지컬의 티켓 예매 경매 진행도 논의가 마무리 돼 곧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관객들에겐 공연 티켓을 빨리 예매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입찰가로 얼마를 제시할지 고민하는 게 더 중요한 일이 되게 됐다.
공연 관계자들은 호기심을 갖고 티켓 경매 방식을 지켜보고 있다. 결과가 나쁘지 않다면 공연 제작사는 업체가 원하는 공연가를 관객에게 제시할 수 있고, 관객의 참여를 높여 공연에 대한 호응뿐만 아니라 티켓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소비자 저항이다. 입찰가격으로 관객을 줄을 세우다 보니 관객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티켓 가격 순으로 공연 관람 기회를 주는 건 너무 상업적인 접근이 아니냐는 비판이다. 술탄 공연의 경매 소식을 접한 직장인 이현민(38)씨는 “콘서트 티켓 경매로 결국 티켓 가격만 오르는 게 아니냐”며 “이 방식을 통해 관객들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경매라는 가격 경쟁 방식을 도입하면, 자연스럽게 티켓 가격이 올라가고 관객 부담만 느는 게 아니냐는 우려다.
술탄의 경우 250명이 6만 8,000원에 티켓 가격을 입찰하면, 티켓 가격은 그 가격으로 정해진다. 그렇게 되면 같은 공연장에서 열린 다른 인디밴드 평균 티켓 가격(4만 5,000원)보다 약 1만 5,000원 높은 가격이 형성된다. 결국 관객 부담이 커지게 되는 것이다. 술탄의 소속사인 붕가붕가레코드 고건혁 사장은 “최고가를 6만 8,000원으로 정했지만 실제 낙찰가는 4만원 대에서 정해질 것으로 예측한다”며 “경매 방식은 술탄의 공연에 대해 관객들이 바라보는 시장가치를 객관적으로 알아보고 싶어서 한 일종의 설문으로 봐 달라”고 밝혔다. 지혜원 공연평론가는 “관객들의 티켓 가격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경매 가격이 낮게 책정되면 관객에 이익이 되는 장점도 있지만 유명 공연의 경우 팬들의 담합이 이뤄져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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