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헤지펀드업계는 시장예상을 비켜나간 유로화 가치하락, 원자재 약세 등의 여파로 고전했다. 그러한 와중에 한국계 여성투자가 '멜리사 고'가 120%의 이익률로 6000만 달러의 순이익을 올렸다는 기사가 눈길을 끌었다. 그녀가 시장대세에 의문을 제기하며 시장통념과 반대로 한 '나 홀로 베팅'이 성공한 결과다.
이 기사를 접하는 순간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과 '채권왕' 빌 그로스의 투자성공에 대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이들의 성공요인에는 개인적 성격, 경제상황, 합리적 투자원칙과 어느 정도의 운도 필시 작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이들이 세계 금융 중심지인 월가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오마하'와 '뉴포트 비치'에 산다는 공통점이다.
이들은 집단에 속할 경우 대중심리에 의한 영향을 받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모이는 월가에서 한 걸음 물러나 시장움직임을 지켜봤던 것이다. 역발상투자로 성공한 멜리사 고와 마찬가지로 이들의 성공 투자비결에도 집단의 군중심리를 역으로 이용하는 투자법에 좀 더 강한 방점이 찍힌다.
본디 인간에게는 유행을 따르려는 습성이 있듯이 쏠림현상도 무리짓기를 좋아하는 인간의 본능이다. 예를 들어 횡단보도 앞에서 바뀐 신호를 보지 않더라도 옆에 사람이 움직이면 함께 행동한다. 지금은 추억속의 광경이지만 동네골목길에 방역차를 따르는 아이들이 많아질수록 더 많은 아이들이 동참하여 그 무리가 점점 커진다. 마차를 따르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더 많은 사람이 동원된다는 '밴드왜건 효과'의 현상들이다.
하지만 금융시장에서 불확실성만큼이나 두려운 존재가 '쏠림 현상'이다. 금융에서의 쏠림 현상은 자산가격의 폭등으로 이어져 시장을 왜곡하거나 거품현상을 낳기도 하며, 반대인 경우 가격폭락을 야기 시키기는 주범인 까닭이다. 등락폭이 커져 변동성이 심화될수록 집단에 속한 사람들로부터 안정감을 찾으려는 '인지 부조화'의 심리기제가 쏠림 현상을 더욱 부추긴다. 따라서 돌발적인 쏠림 현상에 경도되는 심리적 성향이야말로 투자에서 가장 경계해야할 대상이다. 대중적 현상이 반드시 합리적 현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시장변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가격의 급등락 빈도가 잦아지고 있다. 이럴수록 시장의 추세적 변화를 살피는 성숙된 투자의식이 중요하다. 쏠림 현상 자체를 문제 삼기보다는 쏠림의 이유를 알아내 투자기회를 포착하는 평정심과 인내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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