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국가대표와 올림픽대표 명단 발표는 손흥민(24ㆍ토트넘)으로 시작해 손흥민으로 끝났다. 그가 8월 리우올림픽의 와일드카드(23세 초과)로 사실상 결정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거의 모든 질문이 손흥민 쪽에 집중됐다.
울리 슈틸리케(62ㆍ독일) 국가대표팀 감독은 이날 오는 24일 레바논과 2018 러시아월드컵 2차 예선, 27일 태국과 평가전에 나설 23명의 명단을 발표했는데 정작 손흥민은 빠졌다.
슈틸리케 감독은 “올림픽대표팀에 손흥민이 와일드카드로 꼭 필요하다. 그를 이번에 뽑지 않는 대신 올림픽 때 차출을 협조해달라고 손흥민의 소속팀 토트넘에 요청했고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올림픽팀을 위해 슈틸리케 감독이 ‘양보’한 것이다. 올림픽 남자축구는 23세 이하 선수만 출전할 수 있는데 엔트리 18명 중 최대 3명까지 23세 초과(와일드카드)를 선발할 수 있다. 단 와일드카드는 의무 차출이 아니어서 소속 구단의 허락이 있어야 한다. 이 때문에 대한축구협회와 슈틸리케 감독, 신태용(46) 올림픽팀 감독이 벌써부터 토트넘과 긴밀히 협조 체제 구축에 들어간 모양새다.
5개월 남겨놓고 벌써?
올림픽까지 5개월 남은 상황에서 와일드카드 3장 중 1장을 정해놓는 건 이례적이다. 리우 올림픽 본선 조 추첨도 아직 한 달(4월 14)이나 남았다. 신태용 감독은 “손흥민은 우리나라 최고 공격수다. 조 추첨에서 우리가 어느 상대와 만나든 또 엔트리 18명 중 어떤 조합이 이뤄지든 손흥민은 맡은 임무를 충실히 소화할 수 있는 선수다”며 깊은 신뢰를 드러냈다. 손흥민을 공격 전술의 중심에 놓고 쓰임새를 고민하겠다는 뜻이다. 이어 “손흥민 정도 되는 선수는 사전에 소속 팀과 이야기하지 않으면 절대 본선무대로 데려갈 수 없다”며 구단과 일찌감치 대화 창구를 열어놓은 이유도 설명했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면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손흥민은 아직 병역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신 감독은 “와일드카드 선발과 병역이 꼭 관련 있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지만 손흥민이 군 미필자라는 점도 리우 올림픽 출전에 큰 동기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남은 두 자리는?
신태용 감독이 남은 와일드카드 2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 지도 큰 관심이다.
손흥민이 스트라이커와 측면 날개를 두루 소화할 수 있고 또 와일드카드 말고도 기존 올림픽팀 멤버에 황희찬(20ㆍ잘츠부르크)이나 문창진(23ㆍ포항), 권창훈(22ㆍ수원) 등 공격 쪽에 재능 있는 선수들이 많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다른 공격수에게 차례가 돌아갈 일은 없어 보인다. 와일드카드 후보군으로 거론됐던 석현준(25ㆍ포르투)이나 황의조(24ㆍ성남)는 지금으로선 올림픽 무대를 밟을 가능성이 낮다.
수비형 미드필더나 중앙수비수, 골키퍼 중 두 자리가 와일드카드로 채워질 공산이 크다. 지난 1월 올림픽 최종예선에서 취약하다고 평가됐던 포지션이다. 신 감독은 “지금으로선 말할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한편 신 감독은 25일(이천)과 28일(고양) 열릴 알제리와 두 차례 평가전에 나설 23명의 명단을 이날 발표했다. 황희찬은 소속 팀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는 차원에서 제외됐다. 이날 바르셀로나B에서 프로 데뷔전를 치른 이승우(18)에 대해 신 감독은 “아직 내 머릿속에 이승우는 없다”면서도 “성인 대회도 뛰었으니 어느 정도로 경쟁력 있는 지 앞으로 지켜보겠다. 팀에 보탬이 된다면 뽑을 수도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윤태석기자 sportic@hankookilbo.com
올림픽대표팀 명단(23명)
GK=김동준(성남) 구성윤(콘사도레 삿포로)
DF=황기욱(연세대) 송주훈(미토 홀리호크) 정승현(울산) 홍정운(대구) 박동진(광주) 심상민(서울) 구현준(부산) 이슬찬(전남) 김민재(연세대)
MF=이찬동(광주) 박용우(서울) 문창진(포항) 최경록(상파울리) 류승우(레버쿠젠) 권창훈(수원) 이창민(제주) 정원진(포항) 박정빈(호브로) 박인혁(FSV프랑크푸르트) 김현(제주) 진성욱(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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