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명령형’ 문장의 재해석을 소개했다. ‘Have a good time’ 문장을 명령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고 실제로도 작별 인사로 더 많이 쓰인다. ‘Have another drink’도 ‘한 잔 마셔라’는 명령이면서 ‘제안’(offering)이기도 하다. ‘Shut up!’은 ‘입 닥쳐라’는 의미도 있지만 ‘욕’으로 사용될 때도 있다. 90년대 이후 언어학자들 사이에서 명령형은 ‘문장 형식’(contour)만으로 구분하지 않고 속뜻의 ‘쓰임과 내용’(context)을 살피는 하나의 ‘간접 의사 표현’(indirect speech acts, ISA) 방식으로 재해석되고 있다.
명령문의 응답을 보면 그 기능을 알 수 있다. ‘Sit here’라는 말에 ‘Yes, sir’라고 응답한다면 ‘명령’으로 해석한 것이고 ‘Okay’라고 응답한다면 부탁으로 해석한 것이며 ‘No, thanks’라고 응답한다면 제안(offer)으로 본 것이다. 똑같은 명령문에 ‘What a good idea!’로 응수하는 사람은 조언(advisory)으로 본 것이고 ‘Thank you!’로 응수한 사람은 ‘권고(exhortation)로 본 것이다. (Clark, 1996) ‘How can I get to the station?’라고 물을 때 ‘Take a #345 bus.’라고 답하면 이는 권고 제안이지 명령문이 아니다. 아픈 사람에게 ‘Get well soon’ 문장은 기원의 메시지이지 문장 형식만 보고 명령문으로 해석하지는 않는다. 부모가 ‘Stay out with your friends until 10 p.m. tonight’라고 말한다면 이는 명령문이 아니라 허락(permission)의 문장이다.
반대로 ‘I hope you come here by 10 tomorrow’ 문장은 평서문 형식을 취했지만 내용은 권유이고 ‘You’ll have to come here by 10’ 역시 평서문이지만 강력한 명령이다. ‘You get the milk and I’ll bring the bread’ 문장은 ‘Let’s do~’의 청유나 제안과 다를 바 없다. ‘Okay, now, your mother will read you a story’는 평서문 형식이지만 간접 명령이다. 이처럼 명령형 문장이 아닌 경우에도 명령으로 해석하는 경우 문맥이나 내용이 문장 형식보다 더 중요한 기준이 된다. 영어로 된 개인의 to-do list를 보면 거의 대부분 명령문 형식이다. 9 a.m. Meet John, 10:00 Read or overlook my presentation, 13:00 work, 15:00 Call biz accounts 등 스스로에게 ‘~할 것’으로 말하는 간접문(ISA)스타일이다. 어떤 업체의 website에 접속하면 ‘Shop online’ ‘Visit a store’ ‘Call ABC’같은 문구가 보인다. 이것 또한 명령형 문장이지만 ‘안내’와 ‘권고’ ‘청유’의 문장이지 고객에게 물건 사세요 전화하세요 같은 명령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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