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가끔 입에 대고 나면 금세 후회한다. 잇새에 끼는 것도, 먹다가 부스러기를 흘리는 것도, 먹고 나서 속이 더부룩해지는 것도 싫어서 일거다. 햄버거 같은 인스턴트식품도 별로 안 내켜 한다. 라면도 가급적 피하려고 하지만, 어느 정도 중독된 측면이 있어 자제하지 못할 때가 있다. 나이 들어 건강을 챙기는 차원만은 아니라 여긴다. 속성으로 이루어지는 것들에 대한 반감일 텐데, 딱히 음식에만 한정된 것도 아니다. 음악도 CD나 LP로 듣는 게 아니면 포장지만 훑고 있는 기분이 들 때가 많다. 영화도 옛날에 만들어진 걸 좋아하고, 말끔하게 디자인된 요즘 책보다는 손때 묻고 책장이 너덜너덜해진 헌 책을 읽을 때 집중도가 더 좋아진다. 어떤 오리지낼러티에 대한 집착이거나 향수랄 수도 있을 거다. 누가 구식이라 비웃어도 기분 나쁠 건 없다. 순간순간 충족되고 잊히고 다시 반복재생 되는 TV 프로그램은 뉴스마저 재방송 같을 때가 많아 잘 안 보게 된 지 오래다. 인간 심리의 깊고 오묘한 측면을 흑백의 돌로 구현하는 바둑의 체계마저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의해 전복되는 현실에 대해선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는 편이다. ‘스낵 컬쳐’라는 조어를 처음 듣고는 그저 해보는 생각들이다. 과자 먹듯 순식간에 소비되고 대체되는 당대의 문화 현상이라나. 괜히 혀로 잇몸을 씻어본다. 속도 어째 더부룩한 기분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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