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시행에 따른 세금 혜택 대부분이 소비자보다 금융사에 돌아걸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금융소비자원(금소원)은 14일 "ISA 도입으로 세제 혜택을 소비자가 받는 것이 아니라, 금융사가 받아가는 구조여서 서민을 위한 상품이 아닌 세금 탕진 상품"이라고 비판했다.
금소원은 금융사가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위험 상품에 더 가입시키는 등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크다며 ISA 도입에 반대, 불가입 운동을 펼치고 있다.
ISA에 가입할 때 소비자들은 이자소득세(15.4%)를 면제받지만, 금융회사에 수수료를 내다보면 실제 받는 혜택은 대부분 금융회사에 돌아간다는 것이 금소원 주장.
가령 소득 5,000만원 이하인 고객이 ISA에 가입해 1,000만원의 원금으로 5년 동안 연평균 5%, 총 25%의 수익을 냈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고객이 얻는 이자수익은 250만원이고, 절세 효과는 250만원의 15.4%인 38만5,000원이다.
그러나 이런 고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주가연계증권(ELS)과 같은 원금 비보장형 수익 상품들 담아야 하고, 금융사에 내는 수수료도 연 0.7~0.8%로 높다.
0.75% 수수료를 낸다고 하면 매년 원금(1,000만원)의 0.75%인 7만5천원, 5년간 37만5천원을 수수료로 내야 한다.
수수료 37만5,000원을 제외하면 금융 소비자가 얻어가는 절세효과는 5년 동안 1만원에 그친다.
결국 세금 혜택의 대부분인 97.5%를 금융사가 챙기고, 소비자는 2.5%만 가져가는 것이다.
수수료율이 가장 낮은 예금 상품이라도 금융회사가 가져가는 이익은 크다.
ISA 가입자가 1천만원을 내고 연 2%인 예금상품에 가입하면 얻는 절세 효과는 3만800원(1,000만원 X 2% X 15.4%)이다.
그러나 0.1%인 수수료 1만원을 떼면 얻게 되는 절세 효과는 2만800원으로 줄어든다.
절세 효과에 따른 이익 3분의 1은 금융회사가 가져가는 것이다.
정부는 ISA 도입으로 연간 약 4,000억원의 세수가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조남희 금소원 대표는 "세금 혜택의 60% 이상은 금융회사들이 가져갈 것"이라며 "ISA 졸속 시행은 국민을 부자로 만드는 정책이 아니라 세금으로 금융회사를 부자로 만들어 주는 제도인 만큼 상품구조를 개선하고 제도를 보완한 뒤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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