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등 영향…과반 확보 위기감
‘총선 필승이냐, 윤상현 살리기냐.’
막말 녹취록 파문 당사자인 윤상현(인천 남을ㆍ재선) 새누리당 의원의 거취를 놓고 여권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녹취록에는 친박계인 윤 의원이 마치 공천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것처럼 비치는 발언이 담겨 있어 공천 과정에서 번번이 비박계로부터 공격 대상이 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친박계 이성헌 전 의원이 지난 11일 라디오에서 총선 불출마를 요구한 이후 윤 의원 거취에 대한 여권의 목소리가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은 아직까지 없다. 하지만 김 대표의 사과 거부로 사태의 봉합 없이 시간만 흘러가고 있어 윤 의원 용퇴론이 조금씩 확산되는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13일 “아무리 불법 녹취라 해도 윤 의원이 (김무성 대표에 대해) 절대 해선 안 될 말을 했다”며 “윤 의원이 스스로 물러나는 결정을 하면 공천에서 여러 문제가 풀릴 수 있다”고 용퇴론에 무게를 실었다.
파문 초기만 해도 “취중 실수”라며 온정적인 태도를 보였던 친박계의 입장이 바뀌고 있는 것은 야권 후보와 오차 범위 내 접전을 벌여야 하는 수도권 민심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윤 의원의 용단을 촉구한 이성헌 전 의원도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다섯 번째 매치를 앞둔 서울 서대문갑 예비후보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김무성ㆍ윤상현만 살리고 우리는 다 죽으란 얘기”라고 성토했다.
친박계 입장에선 박근혜 정부의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선 최대한 많은 의석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번 파문을 어물쩍 넘어갔다간 과반 의석 확보도 힘들 것이란 위기감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윤 의원이 대통령 정무특보를 지낸 박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점도 청와대로선 부담이다. 청와대가 공천에 개입하는 듯한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청와대 내에서도 이런 이유에서 용퇴론이 조금씩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선 당 공천관리위원회의 분위기도 장담할 수 없다. 윤 의원 지역구에 대한 심사가 계속 뒤로 늦춰지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고민이 많다는 의미다. 당내에선 충격파를 줄이기 위해 차라리 컷오프 발표 전에 불출마 선언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윤 의원이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깨끗이 물러나느냐에 따라 정치적으로 재기할 기회도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승임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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