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단 유보”서 며칠 만에 입장 바꿔
“사진만으론 위력 판단은 시기상조”
38노스 “핵탄두 소형화 성공한 듯”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이 최근 공개한 원형의 핵탄두를 모형이 아닌 실물로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핵무기 소형화가 임박한 상황인 것이어서 주목된다. 다만 당국은 사진만으로는 핵탄두의 무게와 위력을 정확히 가늠할 수 없어 추가 분석에 주력하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13일 “북한이 9일 공개한 원형의 핵탄두 기폭장치 추정 물체가 모형보다는 실물일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며 “북한이 핵 능력의 자신감을 과시하기 위해 전격 공개하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북한이 공개할 당시만해도 정보당국은 “모형인지 실물인지 판단을 유보한다”고 했다가 며칠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그만큼 북한의 핵 위협이 더 커졌다는 의미다. 북한 매체는 지난 9일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현장지도 소식과 함께, 핵탄두라고 주장하며 지름 60㎝ 가량의 은색 원형 물체를 공개했다.
다만 정보당국은 “핵탄두 내부에 플루토늄을 비롯한 물질이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위력을 판단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미국의 북한전문 웹사이트 38노스는 12일(현지시간) “북한이 9일 공개한 장소는 평양 외곽의 태성 기계공장”이라며 “북한이 무게 200~300㎏의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38노스는 “사진에 등장하는 KN-08미사일이 개선돼 미국과 옛 소련의 초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디자인과 상당히 비슷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그 정도로 핵탄두 소형화를 진전시켰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반박했다. 통상 여러 차례 핵실험을 통해 핵탄두의 무게를 800㎏~1톤까지는 줄일 수 있지만 그보다 경량화의 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은 훨씬 어렵다는 것이다. 핵 보유국의 핵탄두 소형화 수준(탄두중량)은 미국 110㎏, 러시아 255㎏, 영국 350㎏으로, 1톤 내외로 추정되는 북한과 차이가 크다. 더구나 북한은 탄두가 대기권으로 다시 들어오는 재진입 기술을 아직 확보하지 못해 ICBM으로 미 본토를 타격할 능력은 갖추지 못했다는 평가다.
김광수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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