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논의의 병행추진 방침에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안 이행과 동시에 자신들이 대화 국면을 주도해나갈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13일 중국 외교부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11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중러 외교장관 회담과 공동 기자회견에서 “비핵화-평화협정 병행추진에 대한 실행가능한 구체적인 방안을 도출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주장에 그쳤지만 이제는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제시하겠다는 의미다.
왕 부장은 비핵화-평화협정 병행추진 방침을 “합리적이며 객관적이고 공정하며 6자가 합의를 이룰 수 있는 최대공약수”라고 규정한 뒤 “중국은 언제든지 각방(각국)의 의견을 청취할 것이고 만약 다른 국가들이 이에 대한 의견이 있다면 더욱 좋은 방법을 제시해주기 바란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간 관련국들에게 비핵화-평화협정 병행추진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자고 제안해왔던 중국이 직접 실행가능한 구체적인 방안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왕 부장이 최근 6자회담 뿐만 아니라 3~5자회담도 개최 가능하다는 뜻을 밝힌 것과 더불어 대화 국면을 적극적으로 유도해나가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왕 부장이 특히 러시아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세부 방안 제시 방침을 밝힌 것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한국과 미국은 비핵화가 우선이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러시아는 중국과 마찬가지로 북한에 대한 제재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입장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러 양국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대해서도 한 목소리로 반대하며 공조하고 있다.
여기에다 미국 국무부에서 지난 3일(현지시간) 중국이 제안한 비핵화-평화협정 병행 논의에 대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미묘한 입장을 표명한 바도 있다. 중국 측이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제시하겠다고 나선 것을 두고 중미 양국 사이에 일정한 교감이 이뤄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중국이 비핵화-평화협정의 구체적인 실행 방안으로 무엇을 제안할 지는 두고봐야겠지만 미국과 북한의 간접대화가 이뤄질 수 있는 논의 틀을 상정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결국 중국과 미국 사이에 의견을 모으는 과정이 필요한데 사드 문제가 고리가 될 수도 있어 우리 정부의 입장이 곤혹스러워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베이징=양정대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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