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가 ‘남산 곤돌라’설치를 본격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기존 독점 논란이 있는 ‘남산 케이블카’문제가 여전히 미봉책으로 남아 있어 마찰이 예상된다. 남산에 곤돌라와 케이블카가 모두 설치될 경우 발생할 예산 중복 문제와 공공이 민간 사업 영역을 침범하는 것에 대한 타당성 논란도 우려된다.
13일 남산케이블카운영사업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특위)에 따르면 남산 케이블카 독점 문제가 불거진 이후 시와 시의회 차원에서 남산 케이블카의 현실적인 환수 등 케이블카의 공공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왔지만 불발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장 민간운영자의 사업을 제한할 근거가 없고, 시와 업체의 입장차이가 커 조율이 어려웠던 탓이다.
결국 시는 지난달 남산예장자락재생사업안을 통해 남산에 케이블카 인근에 공공이 운영하는 새로운 시설을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계획안에 따르면 올해 착공, 2018년부터 운행될 예정인 남산 곤돌라의 예상 요금은 왕복 5,000원 선으로, 현재 케이블카(8,500원) 이용 요금의 30% 싸게 책정됐다. 수용인원에 한계가 있는 남산 일대에 48인승 케이블카와 8~10인승 곤돌라가 동시 운영될 경우 상대적으로 요금이 비싼 케이블카 업체는 운영에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표면적으로는 남산케이블카 노후화, 관광객 수용 능력 부족 등을 이유로 들지만 결국 비슷한 시설을 설치해 기존 업체를 고사 또는 축소시켜 논란을 잠재우겠다는 복안인 셈이다.
이를 두고 시 안팎에서 벌써부터 또 다른 갈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우선 감독 권한을 갖고 있으면서도 그동안 ‘기득권을 가진 예외적 사례’로 취급해 케이블카의 독점 영업을 묵인해왔던 서울시가 정작 문제가 대두되자 사전 협상작업 없이 민간사업자의 권리를 일방적으로 뺏으려 한다는 비판이다. 여기에 남산 정상부의 포화상태와 공사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환경 파괴 문제에 대한 우려, 최악의 경우 어느 한쪽의 시설이 흉물로 남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위 위원장인 박준희 서울시의원은 “법과 제도 미비를 핑계로 오랜 기간 관리감독을 소홀히 하다가 결국 예산을 투입해 민간사업의 주도권을 뺏겠다는 것은 무책임하고 소극적인 행정의 전형”이라며 “지금이라도 남산케이블카의 리모델링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놓고 기존의 특혜 문제를 해소하면서도 시와 민간이 상생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윗선에서 곤돌라 설치를 밀어 부치면서 예산 낭비와 환경 파괴 우려 등에 관한 내부 논의는 사라진 상태”라면서 “수요 부족으로 케이블카 업체가 도산할 경우 시설 공영운영방안이나 고용승계 등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에 대한 전략도 마땅히 없어 향후 케이블카가 갈등을 촉발하는 뇌관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특위는 다음달 중 서울시의 관리 행정 공백 문제점과 업체의 운영관리 내역 등을 종합한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또 필요한 경우 한국삭도공업에 대해 국세청 세무조사를 의뢰한다는 방침이다.
손효숙기자 sh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