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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싸움 번진 입주자대표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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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싸움 번진 입주자대표 선거

입력
2016.03.1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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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강남 고가 아파트’의 원조격인 서울 압구정 현대아파트가 입주자 대표 선출문제로 시끄럽다. 연간 80억원의 예산 운용 권한이 있는 대표 자리를 두고 후보간 부정선거 시비가 일면서 법정다툼으로까지 번졌다.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1월 29일부터 나흘간 19대 입주자 대표회장 선거를 치렀다. 회장 선거에 나선 사람은 황모(70)씨와 한모(67)씨를 포함해 4명. 논란은 선거 마지막 날 과거 입주자 대표를 지냈던 정모(71)씨가 선거관리위원회에 “황씨가 선거관리 업무를 맡은 경비원들에게 ‘잘 부탁한다’고 명함을 돌렸다. 조사가 끝날 때까지 개표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그는 투표를 하지 않았는데 투표한 것으로 기록된 주민이 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개표가 지연되자 황씨는 지난달 11일 서울중앙지법에 개표 실시 가처분 신청을 냈다. 반대 측도 황씨가 재직증명서를 위조했다며 자격 효력정지 가처분으로 맞불을 놨다. 지난달 29일 선관위원장은 부정선거 근거가 없다고 판단, 황씨 측과 투표함이 보관된 선관위 사무실 문을 부수고 들어가 개표를 강행했다. 하지만 투표함 45개 중 19개를 열었을 무렵 다른 후보들이 현장에 들어왔고 일부 주민이 투표함 26개를 가지고 나가는 과정에서 몸싸움까지 벌어졌다.

양측은 현재 법원의 결정을 기다리는 중이지만 갈등은 봉합되지 않고 있다. 황씨는 13일 전화 통화에서 “투표 기록 잘못은 경비원의 실수 때문인데도 전체 개표를 막는 것은 억지”라며 “관리소장이 경비원에게 고교 후배인 한씨의 당선을 도와주면 잘 봐주겠다는 취지의 전화를 돌렸다는 소문이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씨는 “당초 선관위원장이 가처분 결정을 기다리겠다는 약속을 뒤집고 갑자기 개표를 강행했다”며 황씨 측을 비난했다.

아파트 입주자 대표는 의사결정권과 집행권 등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이 아파트의 경우 입주자대표회장과 관리소장이 관리하는 돈만 8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2014년 18대 선거 때도 홍역을 치렀다. 송주열 아파트비리척결운동본부 대표는 “입주자들이 각종 의사 결정에 참여하고 감시를 강화하는 등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허경주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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