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소변 못 가린다” 심한 매질하고
영하 날씨에 찬물ㆍ락스 끼얹기도
사망 열흘 뒤 평택 야산에 암매장
경찰, 계모에 살인죄 적용
학대 인지한 친부 살인방조죄 검토
경기 평택에서 실종됐던 신원영(7)군은 계모의 모진 학대와 폭행으로 숨져 암매장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계모에게 살인죄를 적용키로 했고, 친부에 대해선 살인방조죄 적용을 검토 중이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평택경찰서는 원영이의 친부 신모(38)와 계모 김모(38ㆍ여)씨로부터 암매장 사실을 자백 받아 12일 오전 7시30분쯤 평택시 청북면 야산에서 원영이의 시신을 수습했다고 13일 밝혔다. 원영이는 친할아버지의 묘지에서 5m가량 떨어진 땅속 50㎝ 깊이에 운동복을 입은 채 묻혀 있었으며 백골화가 반쯤 진행된 상태였다. 인근에선 범행에 쓰인 삽 두 자루도 나왔다.
조사결과 원영이는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 2일 오전 9시30분쯤 숨진 채 발견되기 전까지 3개월여 간 난방도 되지 않는 화장실에 갇혀 생활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대소변을 가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계모가 벌인 짓이었다.
계모는 화장실에서 원영이를 폭행하고 하루 한끼만 먹이는 등 학대했다. 원영이는 “캄캄하고 무섭다”며 밖으로 내보내달라고 발버둥쳤지만, 계모는 청소용 솔 등으로 매질을 하고 가뒀다. 올 1월28일에는 락스를 부었고 지난달 1일 오후 1시30분쯤엔 알몸에 찬물을 끼얹어 그대로 방치했다. 당시 평택 일대 최저기온은 영하 10도나 됐다. 친부는 이런 상황을 모두 알았지만 계모를 적극적으로 말리지도, 죽어가는 원영이를 병원에 데려가지도 않았다. 벌벌 떠는 아이 옆에서 멀쩡히 용변도 봤다. “계모와 관계가 틀어지고 아동학대로 처벌받을까 두려웠다”는 게 그의 진술이다.
친부 신씨는 그리고선 계모와 함께 원영이 시신을 이불에 싸 베란다에 두다 열흘 뒤인 지난달 12일 밤 10여km 떨어진 야산에 구덩이를 파 묻고 경찰 수사에 대비했다. 원영이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원영이 잘 있지?”라는 거짓 문자 메시지를 서로 주고받는 등 치밀하게 은폐를 시도했다. 원영이의 입학을 준비하듯 책가방과 신발주머니 등도 구입해 놨다. 차량 블랙박스에 꾸며낸 내용의 대화를 녹음하고 회사에 “아이를 찾는다”며 휴가를 내기도 했다. 미리 짜고 원영이가 살아있었다는 정황을 의도적으로 만든 것이다.
수사 초기 이들의 허위 진술에 말려 혼선을 빚던 경찰은 폐쇄회로(CC)TV 분석과 거짓말탐지기 조사, 계모의‘살인 몇 년 형’키워드 검색내용 등 증거를 들이밀어 자백을 이끌어 냈다. 암매장 이틀 뒤인 밸런타인데이 때 현장을 다시 찾은 이들이 인근 슈퍼에서 초콜릿 등을 산 내역을 확인, 원영이의 동행 여부를 물었더니 둘의 진술이 엇갈린 게 결정적이었다.
경찰은 또래 아이들 하위 10% 수준의 키(112.5cm)와 저체중(15.3kg)이었던 원영이의 사인이 “굶주림과 다발성 피하출혈, 저 체온”이라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등을 토대로 계모에 대해 살인죄를 적용, 구속영장만료 시한인 16일 검찰에 사건을 송치한다는 계획이다.
친부에 대해서는 살인방조죄로 처벌이 가능한지 따져보고 있다. 이들은 지난 9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 관계자는 “계모가 자신의 행위로 원영이가 숨질 수 있다는 인식을 했다는 것은 충분히 입증됐다 본다”며 “친부도 오랜 기간 이어진 계모의 학대를 알고 있었던 만큼 살인 방조죄 적용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평택시립추모공원에서 원영이의 장례식이 치러졌고, 유해는 납골당에 안치됐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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