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첫 승리에 환호와 찬사
"인간의 가능성 일깨워 준 경기"
13일 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AI) 알파고에 4번째 대국 끝에 첫 승리를 거두자 시민들은 “이 9단의 집념이 인간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켰다”며 찬사를 보냈다. 동시에 지난 며칠간 기계가 인간을 지배할지 모른다는 충격적인 현실에서 벗어나 안도하는 분위기도 역력했다.
알파고가 이날 오후 5시 45분께 이 9단에게 패배를 인정하며 두 개의 흑돌을 던지는 순간, 대국이 벌어진 서울 광화문 포시즌호텔과 공개 해설장이 마련된 성동구 한국기원에서는 그간의 무거운 분위기를 한방에 날려버리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정동환 한국기원 홍보국장은 “세 번을 내리 지면서 사실상 코너에 몰린 이 9단이 정신력으로 얻어 낸 값진 승리”라며 “바둑의 희망을 봤다”고 말했다. 시민 황성현(39)씨도 “1,200개의 두뇌를 가진 알파고도 이 9단의 묘수 하나에 허둥대는 무성의 존재에 불과했다”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트위터 아이디 @hst****는 “포기할 법도 한데 그 투지와 승부욕, 강철 같은 정신력에 기계도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네티즌과 시민들은 이 9단의 승리를 축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아직은 인공지능이 범접할 수 없는 인간의 영역을 확인했다는 사실에 의미를 부여했다. 바둑 아마 4단 최모(36)씨는 “인간의 무한한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 경기”라고 평가했고, 한 페이스북 이용자(@PatRick)는 “컴퓨터는 박스이기 때문에 박스 바깥을 생각할 수 없다. 이번 승리는 박스 바깥 인간에게 주어진 당연한 결과”라고 썼다. 이병두 세한대 바둑학과 교수는 “수학적으로 볼 때 어느 정도 편차까지 맞힐 수 있느냐 하는 문제에서 알파고의 약점이 드러났다”며 “다섯 번째 대국도 접전이 펼쳐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외신들도 호평했다. 대국 직후 알파고를 개발한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는 트위터를 통해 “압박을 받은 알파고가 극복 불가능한 패배를 했다”며 완패를 인정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이 9단의 승리는 바둑 프로그램이 완벽하지 않고 향상의 여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며 “절망했던 바둑팬들이 모처럼 웃음을 되찾았다”고 전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허경주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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