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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이 남기고 떠난 것들

입력
2016.03.13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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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시그널'. tvN 제공
드라마 '시그널'. tvN 제공

지난 12일 종방한 tvN 금토드라마 ‘시그널’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하루였다. 장기 미제사건을 파헤치며 현실의 우리를 돌아보게 한 이 드라마는 마지막 16회에서 자체 최고 시청률 13.4%(TNMS 집계)를 기록하며 아름다운 끝을 맞이했다. 이날 ‘시그널’의 순간 최고 시청률은 15%까지 올랐다.

‘시그널’이 지난 1월22일 첫 전파를 타면 시청률 6.3%를 기록했을 때도 성공적이란 평가를 받았다. 15%에 육박하는 시청률은 ‘시그널’의 당초 목표보다 더 큰 성과다. 여러 화제를 뿌리며 인기를 모은 ‘시그널’은 국내 드라마에 긍정적인 자산도 남겼다.

‘시그널’은 판타지와 스릴러가 결합된 형사물이다. 형사가 등장하는 판타지 스릴러라는 낯선 장르이다 보니 대중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일찌감치 나왔다. 15년의 간극을 넘어 두 형사가 고물 무전기로 인연을 맺고 미제사건에 나선다는 설정도 무리수로 보였다. 김은희 작가의 ‘싸인’(2011)과 ‘유령’(2012), ‘쓰리데이즈’(2014)를 연달아 편성해서 시청률 재미를 봤던 SBS마저 손사래를 쳤다.

지상파TV가 편성을 거부하면서 김 작가는 케이블채널로 눈을 돌렸다. 하지만 캐스팅에 애로를 겪었다. 사실감이 떨어지는 판타지물이라는 점이 역시나 걸림돌이었다. 1990년대 형사 이재한(조진웅)과 2015년 젊은 프로파일러 박해영(이제훈)을 잇는 여형사 차수현 역할을 김혜수가 받아들이면서 제작은 급물살을 탔다. 김 작가는 최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촬영에 들어가기 직전 무전기 설정을 빼면 안 되냐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판타지 스릴러물이라는 형식이 끝까지 발목을 잡을 뻔했다.

드라마는 첫 회부터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90년대 사건이 현재와 맞닿으며 아련한 향수도 자극했다. ‘미생’으로 호소력을 인정 받은 김원석 PD의 연출력이 김 작가의 꼼꼼한 이야기 전개와 만나 시너지를 발휘했다. 타깃 시청층이 20대에서 40대 초반으로 좁을 수 밖에 없는 장르드라마의 한계를 넘어서게 된 요인이다. 과거가 바뀌면 현재도 변경된다는 설정으로 죽은 사람을 되살릴 수 있도록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며 서스펜스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과거와 미래가 만난다는 독특한 설정임에도 현실을 외면하지 않으며 시청자들의 눈길을 모았다. 실제 장기 미제 사건을 연상시키는 내용을 다뤘고, 형사들이 사건 해결을 위해 시간을 넘나들며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발생 때마다 사회적 공분을 사곤 했던 어린이 유괴사건으로 인기의 밑돌을 깔았고, 사회 유력층 자녀의 범죄행각을 쫓으며 공감을 얻었다.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을 연상케 하는 사건을 드라마 후반부 이야기의 뼈대로 삼아 과거 피해자에 대한 동정과 더불어 가해자에 대한 사회적 분노를 다시 이끌어냈다.

‘드라마는 tvN’이라는 인식을 강화시킨 점도 인상적이다. ‘시그널’은 ‘응답하라 1988’(응팔)의 바통을 바로 이어 받은 금토드라마다. ‘응팔’의 열기가 뜨거웠으니 상대적으로 위축될 만도 한데, ‘응팔’이 부럽지 않을 성과를 남겼다. tvN이 새로운 드라마왕국으로 떠오르는데 큰 힘을 보탰다.

등장인물들이 모두 살아남았기에 시청자들은 시즌2를 벌써부터 기대하고 있다. 김 작가도 시즌2 제작을 강하게 희망하고 있어 시청자들의 바람은 헛된 희망으로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네티즌은 13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wjdw****), ‘이런 드라마가 시청률 30%이상 나와야 하는데’(thus****), ‘무조건 ‘기억’(‘시그널’ 후속 드라마) 끝나고 시즌2 갑시다’(akfw****) 등의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기사 댓글란에 남기며 ‘시그널’ 후속편의 등장을 간절히 희망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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