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여자부 현대건설이 플레이오프(PO)를 2연승으로 마무리하고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다.
현대건설은 13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PO 2차전에서 흥국생명에 세트스코어 3-1(18-25 25-20 25-15 25-16)로 역전승했다. 4년 만에 챔프전에 오른 현대건설은 오는 17일부터 정규리그 우승팀인 IBK기업은행과 맞붙는다.
이날 초점은 이재영(20ㆍ흥국생명)에게 맞춰졌다. 경기 전 양철호(41) 현대건설 감독은 “강타와 연타를 활용할 줄 아는 훌륭한 공격수다. 그를 막아야 승산이 있다”며 상대 에이스 이재영을 경계했다. 박미희(53) 흥국생명 감독은 “‘밥 많이 먹어라’는 말을 했다”며 주포 이재영의 어깨에 힘을 실었다.
벼랑 끝에 몰린 이재영의 각오는 남달랐다. 그는 이날 카카오톡 프로필에 ‘기적을 믿지 않는 자에게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은 확실하다’는 문구가 담긴 사진과 함께 “즐기자 후회 없이. 두고 봐, 내가 이 악물고 성공한다”는 글을 올렸다. 2005년 V리그 출범 이후 PO 1차전을 가져간 팀이 챔프전 오르지 못한 경우는 없었다. 1차전에서 패한 흥국생명이 2차전을 잡고 3차전까지 승리해 챔프전에 진출할 경우 ‘기적’이 이뤄질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재영 혼자 승부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재영은 팀이 1세트를 가져가는 데 공헌했지만, 이후 현대건설의 거센 반격을 당해내지 못했다.
현대건설은 2세트에서 황연주(30)와 양효진(27), 에밀리(24) 트리오를 앞세워 상대를 압도했다. 흥국생명은 알렉시스가 이재영의 뒤를 받쳤지만, 다른 선수들이 미미한 존재감을 보이며 경기를 어렵게 풀어갔다. 선수층이 두터운 현대건설은 3세트에서도 흥국생명을 압박했다. 양효진의 위력적인 시간차 공격과 에밀리의 블로킹 등으로 3세트를 따낸 현대건설은 4세트에서도 기세를 이어가며 승리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재영은 허슬 플레이를 하는 등 투지 넘친 경기를 선보이며 15득점을 기록했지만, 승부를 뒤집는 데는 실패했다.
현대건설의 황연주(14득점)와 양효진(20득점), 에밀리(17득점)는 51점을 합작하며 팀 승리를 견인했다. 양철호 감독은 “1세트에서는 서브와 리시브가 흔들리면서 제대로 된 경기를 펼치지 못했다. 1세트 빼고는 선수들이 다 잘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IBK기업은행과 상대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전혀 없다. 꼭 이기고 싶다. 최선을 다할 것이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박미희 감독은 “2차전에서 끝나 아쉬움이 크다. 현대건설은 높이가 좋은 팀이다”며 고개를 떨궜다. 인천=박종민기자 mi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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