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9단이 마침내 인간의 한계를 극복했다. 무패 행진을 달리던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를 상대로 180수만에 백 불계승을 거두며 첫 승을 신고했다.
▲ 이세돌 9단이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제 4국에서 백 불계승을 거둔 후 대국장을 빠져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3일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 제4국에서 이세돌 9단은 공격적인 운영의 묘를 펼치며 알파고에 불계승했다. 인류 대표 이세돌 9단이 마침내 '인공지능'을 꺾으며 최강자임을 확인했다.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에서 3연패 이후 거둔 첫 승리다.
이날 알파고는 대국 초반 사흘 전 열린 제2국과 똑같은 포석을 펼쳤다. 11수까지 똑같은 '흉내바둑'을 하던 알파고는 이세돌이 백 12수로 한 칸 벌림이 아닌 중앙 입구 자로 대응하자 수순을 바꿔 하변을 차지했다.
▲ 13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에서 구글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제4국에서 알파고 대리인 아자황이 첫 수를 두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승부는 중반 전투에서 갈렸다. 이세돌 9단은 초반 불리한 형세에도 불구하고 두 귀를 점령한 후 좌변과 우변에도 집을 마련하는 실리작전을 펼쳤다. 알파고는 전 대국처럼 상변에서 중앙까지 거대한 집을 만들며 경기를 운영했다.
이세돌 9단은 중앙 삭감을 통해 알파고의 집안에서 수를 내려고 했다. 알파고는 우변에서 이해할 수 없는 수를 남발하며 손해를 봤다. 중앙 약점을 보강하지 않고 좌하귀에 뜻밖의 끼우는 수를 두며 균형이 무너졌다.
기회를 잡은 이세돌 9단은 좌변 알파고의 대마를 압박하며 선수를 잡았고 상중앙에 잡혔던 백돌을 연결하면서 확실한 승기를 잡았다.
알파고는 미세한 차이로 이세돌 9단이 앞서 나가자 85, 87, 89, 97수에서 큰 실수를 저질렀다. 대국 막판에 균형을 되찾은 알파고는 빠르게 추격했지만 130번째 수에서 이세돌 9단이 승리가 점쳐지며 사실상 패색이 짙어졌다.
결국 대리기사인 아자 황 박사(아마추어 6단)는 180수에 이세돌 9단의 백돌이 놓이자 흑돌을 던지며 패배를 선언했다. 이때 알파고는 이세돌 9단의 180수를 보고 'AlphaGO Resigns(알파고가 그만하겠다)'는 팝업을 띄우며 불계패를 선언했다.
▲ 이세돌 9단이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 제 4국에서 180수 만에 알파고에 불계승하자 대국을 지켜보던 한국기원 관계자 등이 기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세돌 9단은 이번 시리즈에서 3번의 대국에 모두 패했지만, 알파고에 승리를 거두며 인간의 바둑이 인공지능을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을 열어뒀다. 특히 첨단 인공지능프로그램과 500번 대국해 499승을 거둔 알파고는 사람을 상대로 첫 패를 당했다.
이세돌 9단은 대국 후 활짝 웃으며 "사실 3연패 당하다 1승을 거두니 이렇게 기쁠 수가 없다"며 "이번 1승은 많은 격려와 응원속에서 거둔 만큼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정도로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기자회견에 함께 등장한 데미스 하사비스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이세돌 9단의 승리를 축하한다. 역시 이세돌이 얼마나 위대한 바둑기사인지를 보여준 경기"라며 "알파고를 더욱 개선시키기 위해 창의적인 천재 이세돌을 택했고, 오늘의 패배는 무엇보다 알파고에게 소중하다. 영국으로 돌아가면 기보를 살펴보고 알파고의 문제점을 면밀히 관찰할 것"이라고 말했다.
▲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제4국에서 이 9단이 승리하자 구글 딥마인드 CEO 데미스 허사비스가 트위터를 통해 이 9단의 승리를 축하하는 메시지를 남겼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이세돌 9단이 3연패하자 바둑계는 큰 충격에 휩싸인 바 있다. 바둑 세계 랭킹 1위인 중국의 커제 9단도 알파고를 높이 평가하며 "완벽에 가까웠고 거의 실수한 곳이 없었다"며 "비슷한 상황이면 나도 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 13일 중국 베이징(北京)에 있는 스포츠TV 방송국에서 연합뉴스 특파원과 인터뷰를 하는 중국 최고수 커제 9단. 사진=연합뉴스
중국 내 바둑고수들 역시 커제 9단이 알파고와 붙는다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고 예상했다. 구리 9단은 관전평을 통해 "혼자서는 적수가 될 수 없고 최소 5명의 9단이 붙어야 가능할 것"이라며 "커제 9단 혼자서는 이기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러한 평가속에서 이세돌 9단은 알파고를 꺾고 결국 승리를 따내 최강 인류임을 스스로 증명했다.
한편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에서 3번의 대결을 이겨 우승한 알파고는 상금 100만달러(약 12억원)를 유니세트와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교육 및 바둑 관련 자선단체에 기부할 예정이다. 마지막 대국인 제5국은 15일 오후 1시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채성오 기자 cs86@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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