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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흥수의 느린 풍경]오렌지 상자와 난민

입력
2016.03.1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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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의 오렌지 트럭 위의 시리아 노동자.
터키의 오렌지 트럭 위의 시리아 노동자.
그들의 처지도 오렌지처럼 흥정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그들의 처지도 오렌지처럼 흥정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터키 안탈리아 지역에서 오렌지 농장 노동자로 일하는 시리아인들이 과일 상자를 가득 실은 트럭에 몸을 싣고 이동하고 있다. 차창을 열고 달리기에는 아직 바람 끝이 차가운 날씨, 혹시라도 터키인으로 오해할까 현지인 가이드는 재빨리 이들이 시리아 난민이라고 밝혔다. 터키와 EU는 지난 주 난민협상에서 ‘1대1 재정착(1 out 1 in)’ 원칙에 의견을 모으고 최종 타결을 앞두고 있다. 해상을 통해 그리스로 들어오는 불법 난민을 모두 터키로 송환하고, 그 숫자만큼 터키에 있는 난민을 EU 국가에 재정착시킨다는 내용이다. 또 EU는 터키에 30억 유로의 난민지원금을 추가로 제공하고, 터키인의 EU 비자 면제 시기를 앞당기기로 했다. 최대 300만 명에 달하는 터키 내 시리아 난민의 입장에서는 삶의 결정권이 완전히 타인의 손으로 넘어갔다는 점만 더욱 확실해졌다. 벌써부터 난민을 숫자와 흥정의 대상으로만 본다는 비난도 커지고 있다. 트럭의 속도만큼 찬바람에 내몰린 저들의 처지가 오렌지 짐짝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여행팀 차장 chois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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