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세상을 떠난 앤터닌 스캘리아 연방대법관의 후임 대법관 후보를 3명으로 압축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늦어도 이번 주 안으로 후보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메릭 갈랜드(63) 워싱턴D.C. 연방항소법원장과 같은 법원의 스리 스리니바산(49) 판사, 폴 왓퍼드(48) 제9항소구 연방항소법원 판사를 후임 대법관 후보로 검토하고 있다. 세 후보는 모두 중도 성향 법관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민주당 대통령이 연방항소법원 판사로 지명했다는 공통점도 있다.
갈랜드 법원장은 2010년 존 폴 스티븐스 전 대법관이 은퇴했을 때부터 오바마 대통령이 차기 대법관 후보로 고려했던 인물이다. 그는 시카고 출신 백인으로 하버드 법학대학원을 졸업했다. 진보 성향으로 유명한 윌리엄 브레넌 전 대법관 밑에서 재판연구관으로 일했던 경력이 있으나 민주ㆍ공화 양당에 걸쳐 폭넓은 지지를 얻고 있다. 때문에 대선 전까지 새 대법관 임명을 반대하는 공화당의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오바마 대통령이 사용할 수 있는 최적의 카드라는 관측이 많다.
스리니바산 판사는 스캘리아 대법관의 사망 직후 미국 언론에서 차기 대법관으로 지명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지목한 인물이다. 그는 인도 찬디가르 태생으로 어릴 때 미국으로 이주해 스탠포드 법학대학원을 졸업했고 중도보수 성향 샌드라 데이 오코너 전 대법관의 재판연구관으로 일했다. 그가 최종 지명을 받게 되면 미국 최초의 아시아계ㆍ힌두교도 대법관으로 기록된다. 항소법원판사 임명 당시 상원에서 찬성 97표, 반대 0표로 인준을 받은 바 있어 갈랜드 법원장과 마찬가지로 공화당이 반대하기 껄끄러운 인물이기도 하다.
흑인인 왓퍼드 판사 역시 스리니바산 판사처럼 오바마 정부 2기 출범부터 언론에서 차기 대법관 후보로 주목한 인물이다.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 출생으로 UCLA 로스쿨을 나온 왓퍼드 판사는 현 연방대법원에서 진보파의 주축으로 불리는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의 재판연구관으로 일했다. 그가 대법관이 되면 서굿 마셜 전 대법관과 클래런스 토머스 현 대법관에 이어 세 번째 흑인 대법관이 된다.
하지만 공화당은 대선 이전까지 오바마 대통령이 지명한 대법관 후보를 인준할 수 없다며 심사마저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미국 민권단체와 법률가들은 “심사 거부는 삼권분립 위배”라면서 찰스 그래슬리(아이오와) 상원의원을 비롯한 상원 사법위원회 의원들을 압박하고 있다.
인현우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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