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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금 담보로 공무원이 보증섰다면 갚아야 할까

입력
2016.03.13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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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한국일보 자료사진
대법원. 한국일보 자료사진

공무원이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을 담보 삼아 보증을 섰더라도 지자체가 배상할 책임은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대부업체 대표 A씨가 충북 진천군 및 진천군 소속 공무원 B씨를 상대로 낸 약정금 반환 소송에서 “진천군 및 담당 공무원이 함께 6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3일 밝혔다.

우리들영농조합은 2011년 쌀 가공공장 건립 명목으로 진천군으로부터 보조금을 지급 받기로 하고 A씨로부터 장비구입자금으로 6억7,000여만원을 빌렸다. 이 과정에서 진천군 담당 공무원 B씨는 A씨와 영농조합 간 ‘보조금 채권 양도양수계약서’에 자신의 도장을 찍고 진천군이 A씨에게 차용금을 지불한다는 각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자금난에 시달리던 영농조합 대표가 자살하면서 돈을 갚지 못하게 되자 대부업체 대표 A씨는 진천군과 공무원 B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B씨가 개인도장을 사용했다 해도 진천군 소속 공무원의 지위로 한 행위인 만큼 진천군의 책임을 일부 인정했다. 이에 따라 2심은 전체 채무금액 가운데 진천군이 B씨와 함께 2억4,000여만원을 연대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불법으로 이뤄진 행위에 대해서는 당사자가 불법인지를 인지했거나 부주의로 인지하지 못했을 경우 사용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례를 전제로 진천군의 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B씨의 배상책임만 인정했다. 대법원은 “공무원 B씨가 군수의 직인을 날인하는 것을 거부하고 개인도장을 날인한 것은 공무원의 통상적인 직무집행방식과 크게 다르고 대단히 이례적이어서 정당한 공무집행 권한인지 의심할 만한 것으로 보인다”며 “A씨가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도 공무원이 적법한 권한에 의해 작성한 것이 아니라고 의심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조원일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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