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경력 20년 웃돌아 바둑 데이터도 많아
숱한 기보를 바탕으로 공략 방안 심층 연구
이세돌, '컴퓨터 마니아'로 흔쾌히 도전 수락
구글은 왜 이세돌 9단에게 알파고와의 대결을 제안했을까?
구글 딥마인드가 알파고 상대로 현역 최고수를 선택하려고 했다면 세계 랭킹 1위인 중국의 커제(1997년생·19세)나 세계 랭킹 2위이자 한국 1위인 박정환 9단(1993년·23세)에게 먼저 대결을 신청하는 게 맞다.
이 9단을 도전 상대로 선택한 것은 정보가 훨씬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세돌 9단(1983년생·33세)은 프로 경력만 20년이 넘어 누적된 대국 데이터가 상당하다. 컴퓨터를 즐기고 호기심 많은 그의 성격은 알파고 최적의 상대였다. 그는 '바둑을 안했으면 컴퓨터로 벤처를 했을 것'이라고 밝힐 정도다.
알파고의 첫 무대는 2015년 10월 중국 판후이(1981년생·35세) 프로2단과의 대국이었다. 알파고는 5전5승을 거뒀다. 판후이 2단은 첫 대국에서 패배한 뒤 중심을 잡지 못하고 연거푸 패배했다.
약 3개월 뒤 알파고는 한국의 이세돌 9단에 도전장을 냈다. 구글 딥마인드는 판후이 프로2단에 완승을 거둔 뒤 알파고에 더 많은 기보(棋譜)를 학습시키며 도전 상대를 물색했다.
구글 딥마인드는 "이 9단이 세계대회 18회 우승, 통산 47회 우승을 차지한 명실상부 현역 최고수란 점에서 대국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세돌 9단은 세계 최상위권은 틀림없지만 랭킹으로만 보면 현역 최고수는 아니다.
올 3월 현재 세계 랭킹 1위는 중국 커제 9단이며, 2위는 한국의 박정환 9단이다. 3위는 일본의 이야마 유타(1989년생·27세) 9단, 4위가 이세돌 9단이다. 바둑은 일반 스포츠 종목처럼 20대 때 최고의 기량을 자랑한다.
구글 딥마인드가 이세돌 9단에 알파고와의 대국을 신청한 것은 랭킹뿐 아니라 누적 데이터와 성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다.
이세돌 9단의 기보는 많이 노출돼있기 때문에 알파고가 참고할만한 데이터가 풍부하다. 이세돌 9단은 1995년 12살 나이에 프로에 입단해 20년가량의 기력(棋歷)을 쌓았다. 커제 9단보다 경력이 훨씬 더 많다.
이세돌 9단의 호기심 많고 도전적인 성격도 한몫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상당수 프로 기사들이 인공지능에 거부감을 표시하지만 이세돌 9단은 흔쾌히 도전을 받아들였다.
실제로 이세돌 9단은 구글의 대국 제의를 3분만에 수락했다. 이세돌 9단은 알파고 대국 전 열린 간담회에서 "구글의 제의에 3분정도 생각하고 바로 승락했다. 인공지능의 바둑 실력에 호기심이 많았는데 궁금증을 직접 해결하려면 내가 대국하는게 최선"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세돌 9단은 컴퓨터 마니아다. 2001년 LG배 세계기왕전에서 이창호 9단을 2번 연속 이긴 직후 언론 인터뷰에서 "새벽 2~3시까지 컴퓨터로 게임과 채팅을 할 때가 많다"며 "바둑을 안 했으면 컴퓨터로 벤처를 했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세돌 9단은 알파고와의 대국 개회식에서 "컴퓨터 전반에 관심이 많고, 하루 컴퓨터 사용량도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뉴시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