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12일은 인공지능과 인간의 대결 역사에 커다란 획을 그은 날로 기억될 것이다.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에서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가 이세돌 9단에게 3번 연속 이기며 승리를 거뒀다. 모든 정보가 공개되고 목표와 규칙이 명확히 정의된 게임 중 가장 복잡하다고 여겨졌던 바둑에서 인공지능이 최초로 인간 챔피언을 이긴 것이다.
우선,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에 매진해온 수많은 연구자들에게 찬사를 보낸다. 그들이 수십 년에 걸쳐 공동으로 이룩한 연구결과가 마침내 가장 재능 있는 인간을 뛰어 넘었다. 바둑에 국한된 인공지능이긴 하지만 알파고의 성취가 시사하는 바는, 바둑 외에도 목표와 규칙이 명확하게 정의된 문제라면 어떤 문제든 풀어낼 가능성이 높은 학습 엔진이 탄생했다는 것이다.
이세돌 9단에게도 최고의 경의를 표한다. 마치 ‘인류의 마지막 전사’가 된 듯한 절박한 분위기와 정보의 불균형, 불리한 대국 규칙 등 온갖 악조건 속에서도 그야말로 초인적인 정신력으로 챔피언의 위대함을 보여주고 있다. 아직 두 판이 남았다. 알파고가 막강한 실력을 보이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신의 경지에 오른 것은 아니다. 이세돌 9단이 부담을 내려 놓고 이세돌다운 바둑을 마음껏 펼친다면 여전히 알파고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서울 한복판에서 펼쳐지고 있는 이벤트를 통해 온 국민이 인공지능의 위력과 그것이 가져올 변화를 집단적으로 각성하고 있다. 이것을 미래를 준비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기계가 인간을 지배할 가능성과 같은 다소 자극적인 주제보다 시급히 논의되어야 할 사회적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인공지능 기술이 도입되면 적어도 과도기에는 실업이 발생하는 등 극심한 고통과 혼란이 따를 것이다. 또한 역사적으로 볼 때 새로운 기술은 흔히 권력과 부의 격차를 더 크게 벌리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문제를 슬기롭게 극복함으로써 모든 사람들이 지금보다 더 지능적으로 발전하는 데 인공지능 기술이 보탬이 되도록 해야 한다.
감동근 아주대 전자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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