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맞대결 세 번째도 역시 알파고의 완승이었다. 제3국도 1국 때와 마찬가지로 이세돌이 초반 전투에서 실패하는 바람에 때이르게 불리한 형세가 됐다. 이세돌이 1, 2국 패배를 거울삼아 3국에서는 초반에 바둑을 복잡하게 만들어서 국면을 유리하게 이끌어 가려고 했지만 알파고는 뜻밖에 부분전에서도 놀라운 능력을 보였다.
초반 좌상귀에서 알파고가 12, 14로 중앙을 향해 두 칸 뛰어 나갔을 때 이세돌이 다짜고짜 15로 붙여서 노골적으로 싸움을 걸었다. 그러나 알파고는 1, 2국 때와 마찬가지로 상대의 공격에 직접적으로 맞서지 않고 16부터 20까지 타협의 길을 모색했다. 그 결과 이세돌이 상변 쪽에 크게 세력을 형성해서 흑이 괜찮은 흐름으로 보였는데 바로 이 장면에서 알파고의 놀라운 묘수가 등장했다.
<1도> 1(실전 수순 31) 때 백이 좌변에서 2로 밭전자 행마한 게 날카로운 역습이다. 얼핏 보기엔 다소 엉성해 보이지만 마치 천라지망과 같아서 흑 석 점이 쉽게 빠져나가기 어렵다. 이세돌이 그래도 용케 수습에 성공했지만 <2도> 1(실전 수순 70)이 놓이게 되니 하변 쪽이 온통 백 천지로 변해서 일찌감치 알파고가 유리한 형세가 됐다. 이세돌의 초반 전략이 결국 실패로 돌아간 셈이다.
이세돌이 우하귀에 침입해서 짭짤하게 실리를 챙겼지만 알파고가 가장 알기 쉽게 <3도> 1(실전 수순 98)로 하변에 말뚝을 박아 버리자 백집이 어마어마하게 커졌다. 흑이 정상적으로 둬서는 도저히 바둑을 이길 수 없는 불리한 형세가 됐다. 흑2 때 알파고가 3, 5로 받은 것도 보통 때라면 대악수지만 지금은 임기응변의 호착이다. 조금 실리 손해를 보더라도 재빨리 선수를 뽑아 좌상 백 대마에 가일수해서 모든 걱정거리를 없앴다. 역시 1, 2국 때와 마찬가지로 승리를 의식한 알파고의 안전 운행이다.
사실 이번 제3국에서는 승부 자체보다도 종반에 세 불리를 느낀 이세돌이 하변 백진 속에 뛰어 들어 뭔가 수를 내기 위해 처절하게 버티는 과정이 정말 흥미진진했다. 특히 1, 2국에서 패싸움이 한 번도 나오지 않아 과연 알파고의 패싸움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했는데 역시 알파고의 패 처리 능력에는 조금 문제가 있었다. 이세돌이 이를 놓치지 않고 특유의 흔들기 솜씨를 발휘해 악전고투 끝에 용케 패를 만들었지만 안타깝게도 패감 부족으로 결국 더 버티지 못하고 패배를 인정해야 했다. 176수 끝, 백 불계승.
박영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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