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9단을 상대로 3연속 승리를 거둔 구글의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 때문에 기존 바둑이 큰 변화를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12일 바둑계와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들은 알파고가 기존 바둑 이론에서 실수로 여겨졌던 수와 검토 대상이 되지 않았던 수를 두고도 승리하면서 바둑의 정석 개념이 바뀌고 있다고 지적했다.
알파고가 이번 대국에서 인간 최고수보다 훨씬 깊은 수읽기와 집계산 능력을 보여줬다. 프로 6단인 김찬우 AI바둑 대표는 “이번 대국은 프로 기사나 바둑계가 앞으로 연구를 많이 하고 이를 통해 바둑을 한 단계 발전시켜야 할 계기를 만들어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알파고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버리고 딥러닝을 통해 바둑의 원리를 깨우친 뒤 그 원리대로 두고 있는 것”이라며 “알파고는 그동안 틀에 묶여 있던 것,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바둑을 뒀다”고 말했다.
이미 알려진 바둑의 원리들은 실제 그에 따라 수를 계산하고 충실히 실천하긴 어려웠는데 알파고는 막강한 연산능력을 바탕으로 원리에 더 충실한 바둑을 뒀다는 것이다.
이다혜 프로 4단은 “우리가 갖고 있던 바둑에 대한 개념이 있었는데 알파고는 이를 파괴하고 새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며 “특정 형국에서 정수라고 알고 있던 것과는 또 다른 수를 알파고가 제안했다”고 말했다. 이 4단은 “기존의 프로 기사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수를 제안한 것처럼 느껴진다”며 “앞으로 알파고의 바둑을 더 많이 볼 수 있다면 패턴이나 알고리즘, 생각하는 방식 등을 파악할 수 있고, 알파고 바둑의 약점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기 위해서는 5번의 대국만으로는 부족하고 훨씬 더 많은 알파고의 바둑을 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태준 마인즈랩 대표는 “알파고 바둑으로 인해 굉장한 변화가 올 것”이라며 “바둑 이론의 패러다임이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창호 9단이 등장하면서 바둑의 패러다임이 ‘결국 계산 잘하는 사람이 이긴다’는 쪽으로 바뀌었는데 그보다 계산을 더 잘하는 게 알파고”라며 “프로 기사들이 3∼4가지 수밖에 없다고 보는 상황에서 알파고는 다른 수를 찾아냈는데 이런 부분을 앞으로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성원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알파고도 사실은 바둑의 모든 수를 다 계산하지는 못한다. 그것은 기술적으로도 불가능하다. 그물로 비유하자면 이세돌의 그물보다 알파고의 바둑이 더 촘촘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알파고가 보지 못한 수를 사람이 발견한다면 당연히 이길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소형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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