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전 4기’ 김병원 신임회장 취임에 기대감
‘1중앙회 1지주사’ 공약, 현재 추진정책에 역행
간선제에서 직선제로 돌아가겠다는 약속은 부담
234만 조합원-농민 대표인 만큼 신중한 자세 필요

14일 취임하는 김병원 신임 농협중앙회장은 세 번의 도전 끝에 작년 말 회장에 당선됐습니다. 2007년 처음으로 제4대 민선 농협중앙회장 선거에 출마해 1차 투표에서 1위에 올랐지만, 최원병 전 회장에 밀려 고배를 마셨습니다. 이어진 2011년 선거에서도 입후보 했지만, 단임을 약속했던 최 회장이 연임을 위해 재출마 하면서 쓴 맛을 보았죠. 하지만 세 번째는 달랐습니다. 이번 선거 1차 투표에서 2위에 올라 ‘또 떨어지나’하는 생각도 잠시. 2차 결선에서 1위로 당당히 회장직을 거머쥐었습니다.
김 신임 회장의 당선은 8년여의 임기를 마치고 내려오는 최 회장을 비롯해 약 50년간 영남지역 출신 인사들의 텃밭이었던 중앙회 회장직에 호남출신으로 올랐다는 점에서도 주목 받았습니다. 결선투표를 주도하는 대의원 291명 중 87명이 영남 출신임에도 회장이 됐기 때문이죠. 이는 그만큼 기존 세력에 대한 반감이 컸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간 민선출신으로 선출된 회장 중 최 전 회장을 제외하면 모두 불명예스럽게 중도하차 했습니다. 2014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회장을 비롯한 농협 임직원들이 비리행위로 변상판정을 받은 금액이 무려 784억원에 이를 정도 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농협 내부적으로도 뭔가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대안이 필요했던 겁니다.
하지만 김 신임 회장의 취임에는 기대만큼이나 우려도 있습니다. 김 신임 회장은 당장 당선 직후부터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결선 투표 당일 선거인단에 ‘김병원 후보를 찍어 달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가 발송됐기 때문입니다. 이는 선거 당일에는 선거활동을 할 수 없다고 명시한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 제 66조’를 위반한 겁니다. 이 밖에도 1차 투표에서 3위에 그쳤던 최덕규 후보가 1차 투표 직후 김 당시 후보의 손을 잡고 만세를 하며 지지를 유도한 정황도 포착됐습니다. 때문에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1월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농협중앙회장 선거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했는데요, 만일 김 신임 회장이 관여한 것으로 드러나면 그는 회장직을 내려 놓아야 합니다. 검찰 조사 결과가 나오려면 앞으로도 2~3개월은 더 기다려야 한다고 합니다. 농협 내부적으로는 크게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왜 매번 이런 일이 되풀이되는지 불편한 시선은 어쩔 수 없습니다.
넘어야 할 산은 또 있습니다. 김 신임 회장은 당초 공약으로 ‘1중앙회 1지주회사’를 내세웠습니다. 이미 분리된 금융지주 외에 현재 진행중인 경제지주 분리를 중단하겠다는 겁니다. 농협중앙회는 2012년 3월부터 개정된 농업협동조합법에 따라 농협중앙회가 갖고 있던 경제사업을 독립된 법인인 경제지주를 세워 이관하기로 했습니다. 올해 판매ㆍ유통과 같은 주요사업의 이관이 완료되고 나머지는 2017년 2월까지 단계적으로 이관될 예정입니다. 절차가 마무리되면 당장 내년 3월에 출범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미 많은 일이 진행된 만큼 이제 와서 이를 뒤집긴 쉽지 않을 겁니다. 게다가 지주회사 출범을 위해 중앙회가 부족한 자본금 12조원 가량을 부채로 충당했는데요, 이 중 4조5,000억원은 정부가 채권을 발행해 지원했습니다. 매년 여기서 발생하는 이자만 1,700억원에 달합니다. 이 또한 내년 2월까지 5년간 지원하는 것으로, 3월부터는 원리금을 갚아야 합니다. 지금은 그간 투자한 노력과 자금을 기회비용으로 돌리고 원점으로 돌아가기 보다는, 내년부터 원리금을 어떻게 갚을 것이고, 경제지주사를 세웠을 때 일어날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동시에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나서야 할 때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김 신임 회장은 간선제인 현재 회장 선거를 다시 직선제로 전환하겠다는 공약도 했는데요. 지금의 간선제가 비리와 부정부패 등을 막기 위해 2009년에 직선제에서 바뀐 것이기 때문에 논란이 적지 않을 겁니다. 물론 간선제를 도입하고도 꾸준히 뒷말이 나오는 걸 보면 이 것이 완벽한 대안이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만약 또 다시 선거 방법을 바꾼다면 비리를 완벽히 근절할 수 있는 철저한 대비책과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농협중앙회장은 조합원들과 농민들에게 ‘농민대통령’이라 불릴 정도로 의미 있고 또 그만큼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리입니다. 2월 기준 자산이 430조원에 달하고 234만명의 조합원을 책임지는 자리이기도 하죠. 그만큼 짊어져야 할 책임의 무게 또한 무겁다는 뜻입니다. 단순히 자신의 족적을 남기기 위해 함부로 이용해서는 안 되는 자리이며 그만큼 더 신중해야 함을 명심해야 할 겁니다.
세종=김진주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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