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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서울대 인권가이드라인, 학생들이 다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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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서울대 인권가이드라인, 학생들이 다시 만든다

입력
2016.03.1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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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본부, 3년 공들인 완성본 백지화

주도적 역할 인권센터서 총학생회로

기존안, 문구마다 구성원 의견 갈려

비정규직 교원 차이냐 차별이냐 논란도

“학생 목소리 담아 만족도 높일 것”

서울대 정문.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대 정문.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대가 2012년부터 추진해 온 ‘인권가이드라인’ 제정 주체가 학생들 손으로 넘어갔다. 최근 잇단 성추문으로 학내 인권의 중요성이 커진 만큼 잠재적 피해자가 될 수 있는 학생 구성원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하겠다는 취지다.

11일 서울대 인권센터와 총학생회 등에 따르면 서울대는 지금까지 진행해 온 인권가이드라인 제정안을 전면 백지화하고 원점에서 논의를 다시 시작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특히 대학본부와 인권센터 주도 방식에서 학생들이 가이드라인 세부 방안을 만들어 오는 것으로 바꿨다. 인권가이드라인 제정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김보미(24) 서울대 총학생회장은 “학생들의 목소리가 담기지 않으면 전체 구성원을 대표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대학원 총학생회와도 협의한 뒤 이를 바탕으로 인권센터의 자문을 받아 세부 조항을 만들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대는 2012년 대학원생에 대한 과도한 업무 지시와 인권침해 문제가 불거지면서 국내 대학 최초로 학교 인권센터가 주관해 인권가이드라인 제정에 착수했다. 처음에는 주로 교수의 책임을 강조하는 내용이 가이드라인에 담겼으나 학생과 직원 등 구성원 전체가 동의하는 인권 기준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성희롱ㆍ성폭력 및 폭언ㆍ폭력 행사 금지, 대학원생의 근무조건ㆍ근무대가 권리 등에 대한 폭넓은 연구가 시행됐다. 학생들은 공청회 등에 참석해 의견을 낸 정도였다.

하지만 3년 간 공을 들여 지난해 완성한 가이드라인 초안은 본부 회의에서 반려된 것으로 전해졌다. 인권센터장을 지낸 정진성 사회학과 교수는 “제정 취지에는 모두 공감했지만 구성원이 다양하다 보니 문구 하나하나에 의견이 갈려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가령 ‘어떤 경우에도 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문장의 경우 정규직ㆍ비정규직 교직원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를 차별로 봐야 하느냐 마느냐를 놓고도 이견이 컸다는 것이다.

또 가이드라인 제정이 진행되던 와중에도 학내 인권침해 이슈가 잇따라 터지면서 논의 틀을 바꿀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2014년에는 강석진 전 수리과학부 교수가 제자들을 상습 성추행 해온 사실이 드러나 파장이 일었고, 지난해에는 학교 홍보대사인 ‘샤인(SHINE)’의 신입부원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선배 기수들이 지원자들에게 인신공격성 발언을 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학교 측은 단순한 의견 수렴을 넘어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해 학내 인권의 뼈대를 만들면 가이드라인에 보다 많은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권센터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은 모든 구성원들에게 구속력을 요구하는 사안이라 최종 결정은 학교본부가 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학내 권력관계에서 약자인 학생들이 직접 목소리를 담는다면 만족도 높은 인권 기준이 탄생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10일 학생들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한 총학생회는 이달 말 열리는 전체학생 대표자회의에서 필수 조항 등을 의결하고 오는 9월 교수, 교직원이 참여하는 토론회를 통해 합의점을 이끌어 낼 계획이다.

양진하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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