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제 3당 또 포기 땐 지지층 이탈
千, 총선 지면 ‘호남 대표주자’흔들
金, 연대 안하면 지역구 잃을 처지
국민의당 지도부가 야권 연대 논의를 둘러싸고 사생결단의 싸움에 나선 배경에는 4ㆍ13 총선 결과에 자신의 정치 생명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여야 기득권 정치 극복을 내세워 제3 정당을 창당한 안철수 공동대표의 경우 기성정당과 통합이나 연대를 하는 것은 스스로 창당 명분을 부정하는 것이다. 천정배 공동대표와 김한길 선대위원장은 창당 명분보다 ‘야권의 개헌선 저지’라는 목표가 더욱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3당의 출현이 자칫 야권 공멸을 가져올 경우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도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다.
안 공동대표는 11일 대전 동구의 선병렬 예비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나는 야권 통합과 정권 교체를 위해 세 번에 걸쳐 희생과 헌신했다”면서 “지금까지 야권 통합을 외친 분들 가운데 실제로 희생과 헌신한 분들이 누구인지 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당내에서 야권 연대 논의를 요구하고 있는 천 공동대표 등을 겨냥한 것이다.
안 공동대표는 지난 2014년 3월 민주당(더불어민주당의 전신)과 합당을 전격 발표하면서 제3 정당의 꿈을 접은 전력이 있다. 이번에도 당장의 승리를 위해 더민주와 손을 잡을 경우 자신의 핵심 지지층인 무당파의 이탈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전날 안 공동대표에게 ‘최후통첩’을 보낸 천 공동대표는 국민의당이 총선에서 선전하지 못할 경우 ‘호남의 대표주자’의 역할에 상처를 입게 된다. 특히 천 공동대표 측은 안 공동대표 측과 호남과 수도권 공천을 둘러싸고 갈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두 사람 간 의견 조율에 실패할 경우 갈라설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천 공동대표 측은 안 공동대표 측 공천관리위원들이 ‘안철수 사람’으로 꼽히는 박왕규(서울 관악을) 이수봉(인천 계양갑) 예비후보를 단수공천 대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천 공동대표 측 인사들이 광주 공천심사 과정에서 탈락 위기에 놓이고, 안 공동대표 측에서 천 공동대표 지역구인 광주 서을에 대해 경선지역으로 분류할 것을 주장했다고 알려지면서 천 공동대표가 불쾌감을 표했다는 후문이다.
서울이 지역구인 김 위원장은 일여다야(一與多野)구도로 선거를 치를 경우 지역구부터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또 함께 탈당했던 의원들이 대체로 호남 인사라는 점에서 당내 연대 논의에 서 확실한 우군 세력이 없는 실정이다. 더민주 측에서 김 위원장 지역구인 서울 광진갑 공천을 미루고 있는 것에 대해 “연대 논의와 관련 있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도 김 위원장의 좁아진 입지와 무관치 않다.
이런 가운데 김 위원장과 천 공동대표는 이날 오후 여의도에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와 가까운 최재천 무소속 의원과 회동을 가졌다. 야권에선 최 의원이 김종인 대표와 김 위원장 간 연결고리 역할을 해온 것으로 알려진 만큼 연대 및 거취 관련 논의가 오간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최 의원은 “천 공동대표와 김 위원장과는 워낙 친한 사이라 수도권 연대를 포함해 현안에 대한 얘기를 듣는 자리였다”고 부인했고, 천 공동대표는 “연대 논의와 관련해 여러 의견을 나눴으나 뾰족한 수가 나오진 않았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김회경기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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