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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중ㆍ참의원 동시선거의 묘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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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중ㆍ참의원 동시선거의 묘책

입력
2016.03.1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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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014년 12월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비가 내리는 가운데 일본 와카야마현에서 선거유세를 하고 있다. 도쿄=교도ㆍAP 자료사진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014년 12월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비가 내리는 가운데 일본 와카야마현에서 선거유세를 하고 있다. 도쿄=교도ㆍAP 자료사진

총선을 앞둔 한국의 공천정국이 숨가쁘게 전개되고 있다. 차악(次惡)을 선택하는 게 선거의 본질이라지만 여야의 내부투쟁은 만신창이로 치닫는 모습이다. 이웃 일본도 정치의 계절이 시작됐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올 여름 참의원선거와 같은 날 중의원선거까지 치르는 묘수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1986년 나카소네(中?根) 정권 이후 30년만의 ‘동시선거’ 카드다. 자신이 선호하는 국가목표 달성에 지장이 없도록 정치판을 다시 짜려는 것이다.

임기가 절반도 지나지 않은 중의원을 6월쯤 전격 해산한 뒤 7월에 양원 동시선거를 밀어 불일 것이란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 본인은 가능성을 부인하지만 내년 4월로 예정된 2차 소비세 인상 문제가 국회해산의 명분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2014년 11월 중의원 해산 때도 이듬해 예정됐던 소비세 증세를 보류한 뒤 그 결정을 국민에게 승인 받겠다는 이유였다.

실제 아베 총리의 언급이 미묘하게 변하고 있다. 리먼브러더스 쇼크나 대지진 같은 심각한 사태가 발생할 경우에만 증세가 보류될 수 있다는 식이었지만 요즘엔 ‘세계경제 위축’이란 조건을 추가하고 있다. 엔고와 주가하락 추세에 관한 위기감도 부쩍 강조하고 있다. 모두 다 증세를 연기하려는 포석으로 읽히고 있다.

지난 1일엔 국제금융경제분석회합이란 자문기구 설치를 언급했다. 계산된 로드맵을 염두에 둔 채 치밀하게 알리바이를 남기고 한걸음씩 방향을 트는 특유의 정치스타일이다. 외곽부터 접근해 정치권내 가설을 띄우고 기정사실로 굳혀가는 게 ‘아베식 여론몰이’ 방식이다.

올해가 개헌을 위한 마지막 승부처임은 분명해 보인다. 국회분포상 개헌을 하려면 참의원 쪽이 취약하다. 중의원은 개헌안 발의요건을 채웠지만 참의원은 3분의2 의석에 미달한다. 게다가 차기 중의원선거는 내년 4월 소비세를 올릴 경우 그 이후에나 치르게 된다. 세금을 올리고 환영받는 집권당은 상상하기 힘들다. 여당이 고전을 면치 못할게 뻔하다.

야권을 봐도 민주당과 유신당이 신당창당을 앞두고 있지만 야권단일후보로 중의원선거까지 치를 여력은 없다. 때문에 올 여름 기습적으로 대형선거국면을 끌고 가면 우위를 점하는 중의원의 판세가 시너지를 얻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수시로 국회가 해산되는 풍경이 우리에겐 낯설다. 중의원 평균임기가 2년반이니 3선의원이라고 해도 한국의 초ㆍ재선쯤 된다. 선거가 자주 있어도 유독 자민당만 장기집권 해온 이유는 뭘까. 기본적으로 투쟁적이지 않고 변화를 싫어하며 권위를 숭상하는 일본인의 특성에서 답을 찾는 경우가 많다. 거대정당인데도 다양한 색깔을 내부에서 수렴해가는 자민당의 정책적 유연성을 원인으로 꼽기도 한다.

그러나 요즘엔 내각제라는 제도가 한 몫 한다는 느낌이 강하다. 총리권한인 의회해산이 정치에 활력을 준다지만 정권연장의 수단으로 남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여당이 유리한 시점에 적당한 명분으로 의회를 해산하고 의석을 불린 전례가 많다. 해산시점의 정무적 감각과 기술이 중요할 뿐 민의와 직접적 관련성을 찾기도 쉽지 않다. 이러다 보니 정략의 도구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국회해산은 의원 개개인 입장에서 보면 직장에서 해고되는 것과도 같다. 총리는 해산권으로 여당내부를 견제하고 군기까지 잡는다. 아베 총리는 5월 하순 이세시마(伊勢志摩) 주요7개국 정상회의를 화려하게 치른 후 지지율을 보며 최종 결단을 내릴 것이다.

동시선거는 물론 양날의 칼이다. 판이 커질수록 비(非)자민당 성향 무당파층도 대거 투표장에 쏟아져 나온다. 유권자가 중의원은 여당을, 참의원은 야당을 밀어주는 균형투표에 나설 수도 있다. 아베 정권은 이런 정치적 위험을 감수한 채 평화헌법 폐기의 전주곡을 울리며 일본의 ‘보통국가’완성을 향해 움직여가고 있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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