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서 ‘인공지능과 미래’ 강연
영어로 진행됐음에도 500명 몰려
자리 없어 바닥에 앉아 경청하기도
“바둑, 인간이 만든 가장 복잡한 게임
컴퓨터가 하기엔 어려웠지만 도전
AI는 과학자를 돕는 연구 보조원”
“인공지능(AI)은 윤리적으로 책임감 있게 사용돼야 하며, 앞으로 다양한 분야의 해법을 찾는데 기여할 것이다.”
인공지능 바둑프로그램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데미스 하사비스(40)가 11일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인공지능과 미래’를 주제로 강연을 가졌다.
하사비스 CEO가 개발한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의 승부에서 내리 2연승을 거둔 뒤 열린 강연회는 한국어 통역 없이 영어로 진행됐음에도 500여명의 학생과 교직원이 몰려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일부 학생들은 강연 시작 1시간 전부터 맨 바닥에 앉거나 강연실 벽에 바짝 붙어 강연을 경청했다.
하사비스 CEO는 “AI를 실제 세계에 적용하면 유전체학부터 기후, 질병, 에너지 거시경제, 물리학 등 다양한 분야의 해법을 찾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AI 연구 프로젝트를 바둑에 한정하지 않고, 보다 광범위한 분야로 진출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이는 애니메이션 ‘빅 히어로’ 속 천재공학도 ‘테디’가 개발한 힐링로봇 ‘베이맥스’가 앞으로 인간을 치료하는 시대가 올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하사비스 CEO는 알파고의 바둑 대국을 두고 언젠가는 인간이 AI에 지배되는 날이 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시선을 거부한다.
그는 “AI 연구의 기본은 기계를 더 똑똑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딥마인드 AI 연구의 최종 목표는 범용 목적을 가진 학습 기계 개발”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를 ‘범용인공지능(AGI)’이라고 정의했다. 하사비스 CEO는 “세계 체스챔피언 카스파로프를 누른 ‘딥블루’는 체스에 한정됐는데, 이는 좁은 의미의 AI”라며 “AGI는 한 문제뿐 아니라 다양한 여러 상황에서도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사비스 CEO는 AI를 다양한 학습 방법으로 진화시킨 과정도 설명했다. 그는 인공지능을 크게 향상시키기 위해 딥러닝(deep learning)과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을 묶은 딥강화학습(deep reinforcement learning)을 활용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딥강화학습을 이용해 게임 ‘스페이스 인베이더’와 ‘블레이크아웃’ 등의 지능이 향상되는 동영상을 보여주기도 했다.
수많은 게임 중 왜 바둑을 택했을까. 하사비스 CEO는 이에 대해 “게임과 3D 시험을 거쳐 딥블루 이후 AI가 깰 수 없는 바둑에 도전하게 됐다”고 알파고 개발 배경을 털어놨다. 그는 “바둑은 인간이 만든 가장 복잡한 게임으로, 탐색공간이 매우 넓고, 누가 승자가 될 지 판단하는 평가함수를 만드는 게 거의 불가능해 컴퓨터가 하기에는 어려운 게임”이라고 말했다.
하사비스 CEO는 “바둑은 직관과 연산이 필요하기 때문에 우리는 패턴 인식과 플랜이 필요했다”며 “조절 가능한 수준에서 바둑알이 갈 수 있는 검색 공간을 줄이려고, 누가 이기는지를 평가ㆍ결정하게 만들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탐색 폭을 줄이는 것을 정책망(policy network), 승자를 예측하는 것을 가치망(value network)이라고 명명했다.
하사비스 CEO는 AI의 미래에 대해 낙관론을 펴면서도 어디까지나 인류를 위한 도구일 뿐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모든 강력한 신기술과 마찬가지로, AI는 윤리적으로 책임감 있게 사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AI의 발전에 따라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디스토피아적 시각도 존재한다는 점을 경계한 것이다. 하사비스 CEO는 강연 후 이어진 질의ㆍ응답에서 AI 발전에 따라 의존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지적에 “AI는 항상 우리를 향상하는 데 사용해야 한다”며 “과학자가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을 돕는 연구 보조원처럼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알파고의 아버지’ 하사비스 CEO는 1976년 영국에서 태어났다. 컴퓨터 게임에 빠져 ‘이단아’라고도 불렸지만 17세에 개발한 시뮬레이션 게임 ‘테마파크’는 수 백 만개가 팔렸다. 두뇌 게임계의 올림픽인 ‘마인드 스포츠 올림픽’에서 5년 연속 챔피언에 오를 정도의 천재이기도 하다. 2009년 인지신경과학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2010년에 인공지능 기술회사인 딥마인드 테크놀로지를 설립했다. 그는 4년 뒤 구글에 한화로 약 4,300여억원에 회사를 팔았다. 이후 연구진들과 구글의 인공지능 사업 전반을 총괄하고 있다.
대전=최두선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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