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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애플과 네이버

입력
2016.03.1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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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세계 IT 업계에서는 두 가지 중요한 대결이 벌어지고 있다. 하나는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이고, 다른 하나는 애플과 미 연방수사국(FBI)의 대결이다. 바둑 대결은 기계가 인간보다 우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인간과 기계의 공존을 숙제로 던졌다. 애플과 FBI의 대결은 사생활과 안보 중 무엇이 우선인가를 둘러싼 일종의 가치 싸움이다. 애플과 FBI의 대립은 지난해 12월 미 샌버너디노 총기난사 사건의 범인이 사용한 아이폰의 잠금을 FBI가 풀어달라고 요구했으나 애플이 거부하면서 시작됐다.

▦ 캘리포니아 연방지방법원은 이 문제와 관련해 “애플이 FBI에 협조해야 한다”고 명령했다. 그러자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개인 정보를 위협할 위험한 선례가 될 것”이라고 거부하며 취소를 요청하는 재정신청서를 제출했다. FBI는 비슷한 시기에 마약 범죄 수사에 필요하다며 마약상 아이폰의 잠금을 풀어달라고 요청했는데 브루클린 연방지방법원은 “범죄 수사를 위해서라도 애플에 잠금 장치를 해제하라고 할 권한이 없다”며 다르게 판결했다. 이번에는 미 법무부가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소했다.

▦ 페이스북, 구글, 트위터 등 IT 업체들은 애플 편이다. 에디 큐 애플 수석부사장은 “(요구를 수용하면) 그들은 언젠간 사용자의 카메라와 마이크까지 켜길 원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애플의 변호사 테드 올슨은 “애플이 FBI에 굴복하면 미국은 경찰국가가 된다”며 “아이폰의 보안 기능을 해제하는 것은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이라고까지 했다. 그러나 이를 애플의 생존전략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얼마 전 미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는 애플이 협조해야 한다는 의견이 51%나 됐다.

▦ 한국에서는 그제 대법원이 수사기관에 영장 없이 회원 정보를 넘긴 네이버가 해당 회원에게 배상할 책임이 없다고 판결했다. 네이버는 이 회원의 이름, 아이디(ID), 주민등록번호 등을 경찰에 넘겼고 이를 안 회원이 소송을 냈다. 2심 법원이 네이버의 책임을 인정했지만 대법원은 이 원심을 깼다. 검찰이 카카오톡 대화를 들여다본 사실이 알려져 감청영장 협조를 중단했던 카카오는 지난해 10월 협조를 재개했다. 이동통신 3사 역시 수사기관의 개인정보제공 요청에 계속 응하고 있다. 미국처럼 치열한 논쟁은 없다.

/ 박광희 논설위원 kh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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